하루만의 폭락으로 가상화폐 시장을 패닉에 빠뜨렸던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 사태가 재연되고 있다. '루나2.0'(LUNA)로 가상화폐 시장에 컴백한 지 열흘을 넘긴 가운데 원조 루나의 길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루나2.0은 5월 28일 1개당 17.8달러에 외국 주요 거래소에 상장됐고, 상장 직후 19.54달러까지 올랐다가 4달러대로 수직 추락하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2.0은 9일 오후 4시 15분(한국시간) 기준 전일 대비 15.95% 하락한 2.93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달 10일 루나의 자매인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가 기준 가격인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세계적인 투매 행진이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이다.

테라폼 랩스 권도형 CEO는 루나2.0 상장 당시 트위터 계정을 통해 루나2.0을 취급하는 거래소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용자 질문에 답변을 남기기도 했지만, 현재 트위터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잠적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루나2.0 출시 당시부터 루나와 테라를 대량 보유한 '고래'(코인을 대량 보유한 큰손)들과 기관투자자들의 손실 만회를 위해 만들어졌을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이달 들어 루나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권도형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잇따라 고소한 상태다.

이에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가치고정형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아예 시장진입을 막는 조치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국 금융의 중심인 뉴욕주 규제당국 금융서비스부(DFS)는 9일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가상화폐 사업자들에게 지급준비금을 쌓아두고 매월 회계감사를 받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일본은 주요국 중 처음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법률적 지위를 규정한 법안을 제정했다. 일본 의회는 지난 3일 법정 화폐와 연동된 암호화폐만 스테이블 코인으로 인정하고 정부 허가를 받은 금융사만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가결했다. 테라처럼 알고리즘 방식을 사용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일본에서 통용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국회에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여러 개 발의돼있지만,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담겼을 뿐 스테이블 코인의 법적 지위나 가치 고정 알고리즘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돼도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같은 위기 방지는 요원한 실정이다.

정부는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해서라도 고수익 보장 등을 미끼로 자본을 끌어들이며 막장 투기를 부추기는 가상화폐를 제재해야 한다.

국회는 신종 가상화폐의 투자성이 검증될 때까지 금융시장 진입을 아예 막는 포괄적 금지법안을 제정해 일반 국민들의 자산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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