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서울 시내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동원훈련에 참가한 예비군이 총기를 난사해 동료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군은 훈련에 참가하던 예비군 최모(23)씨가 사격훈련 과정에서 25m 수준유지사격을 하던 중 갑자기 일어나 뒤돌아서서 총을 난사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했다.

사고의 원인은 조사하면 밝혀지겠지만 실탄이 든 총을 같은 훈련병들에게 쏜 건 가해자가 정신질환이 있거나 훈련과정에서 기분 나쁜 일로 인해 울컥하는 심정으로 저질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호주머니 속의 메모지에는 ‘죽고 싶다, 영원히 잠들고 싶다, 사람들을 다 죽이고 자기도 죽고 싶다’고 하는 등 현실에 대한 부적응이나 자신에 대한 불만,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이 쌓여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사고를 친 최모 씨는 개인의 불만이나 현실의 어려움을 사회나 국가의 책임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불만을 총기난사로 보복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묻지마 사건’ 과 마찬가지의 자기혐오와 사회에 대한 증오, 분노심 때문에 미리 유서를 써 놓고 사고를 친 것으로 판단된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일어난 사례는 가끔씩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폭탄 폭발과 오발 및 자살 사고였다. 이번처럼 총기를 무작정 난사하여 남의 생명을 빼앗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자살한 최 씨는 현역시절 B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여러 차례 부대를 옮겨 다닌 전력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최 씨의 병적기록상에 우울증 치료 기록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번 사건결과 예비군사격장 통제요원의 배치 인원수 규정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또 최 씨의 총기에는 총구를 돌리지 못하게 하는 안전 고리가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사고뿐만 아니라 안전문제에 대해서 국가나 지자체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세운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처방책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예비군 훈련제도의 문제점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파악하여 점검하고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재와 같이 부실한 예비군 훈련제도가 지속되는 한 제2의 사고로 인한 무고한 시민의 희생은 반복될 것이다.

국방부는 올 3월부터 예비전력 정예화를 위해 예비군 훈련을 자율 참여적 훈련체계로 바꿨다. 과거의 수동적인 시간 때우기식 훈련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른 조기퇴소제를 도입해 예비군들의 적극적 훈련 참여를 유도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였지만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가를 위해 동원훈련에 참여한 무고한 시민의 희생은 이번 사고로 끝나야 하며, 군 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국가 균형 발전 전략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천만 명 서명운동이 전국 지자체에서 펼쳐지고 있다. 포항시도 6월말까지 전국 14개 광역시·경북도와 함께 현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반대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촉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을 한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이번 천만인 서명운동은 최근 수면 위로 급부상한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지난 4월 6일 비수도권 14개 시·도지사와 지역대표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지역균형협의회 회의에서 정식 안건으로 의결된 데 따른 것이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지역균형 발전과 각종 규제 철폐,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으로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설치, 비수도권 14개 시·도지사와 지역대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단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공 기관을 대거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구체적 청사진을 보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서울 중심으로 국가 건설 혹은 재건설에 몰두했었는가 하는 점을 깨닫게 된다. 수도에 국가 중추 기관이 모여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으나 이처럼 거의 모든 부문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전 국민의 절반이 수도와 그 인근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현실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인구가 서울 중심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도 중심의 발전 전략은 과거 우리나라가 가난하고 능력이 부족할 때는 효율적이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국가 발전에 약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로 현재와 같은 국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우리는 집중 투자를 해야 했고 역량을 한 곳에 모아야 했다. 그 결과는 지방의 공동화를 초래하였다. 물류의 관리와 수출의 관문이 제한되었을 때에는 수도 중심의 발전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또 부족한 역량은 한 곳에 집중될 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교통과 통신이 엄청나게 변화하고 발전했다. 과거의 기준이 현 실태를 정당화시키지 못하고 있고, 이제는 새로운 경쟁과 활력 모델을 추구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포항시의 서명운동 목표인원은 53만 시민의 38%에 해당하는 20만 명이다. 이를 위해 유관기관과 시민사회단체 등과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시·구청 및 동 주민센터 민원실에 서명부를 비치하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역 기업들도 철강경기의 장기적인 침체 속에 수도권 규제완화가 이뤄짐에 따라 수도권 이전이나 수도권 투자를 고려하는 상황”이라며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비수도권 시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지역 경제를 살리고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상생 발전을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균형 발전을 모토로 내세운 각종 대안과 정책을 내놓았지만 지난 40여 년 동안 현실은 그 반대로 움직였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국가 발전을 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이 발전해야 국가 전체가 발전된다는 기본 명제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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