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끊고 도주, 나흘째 행방 묘연
이미 밀항 가능성도…수사 장기화 우려


도주 전 변호사들 집단 사임 이상 낌새
검찰 '보석 취소' 의견서 제춣했지만
법원, 도주 전날도 결정 미루며 외면
金 변호인·영장기각 판사 동문 논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서울남부지검 제공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서울남부지검 제공

보석 조건으로 부착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재판 직전 끊고 도주한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밀항에 대비해 해양경찰과 군 당국이 해상 경계를 강화에 나섰다.

1조6000억 원대의 피해를 입힌 '라임 사태'의 몸통 김 전 회장의 행방이 나흘째 묘연한 가운데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밀항 가능성에 대비하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14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경청은 최근 김 전 회장을 추적 중인 서울남부지검의 요청을 받고 전국 항·포구에서 김 전 회장 밀항에 대비한 순찰과 검문·검색을 대폭 강화했다.   

해경청은 지난 주말 경기 평택과 충남 보령, 전북 군산·부안, 전남 목포 등 서해안과 부산, 울산 등 남해안에 각 해경서 소속 경비함정을 추가로 배치했다.

아울러 육군 해안 경계 부대와 해군 군함에도 연락해 "식별이 제대로 되지 않는 선박이나 의심스러운 보트를 잘 감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경청은 김 전 회장이 부산이나 거제에서 일본으로 밀항하거나 평택 등 서해안에서 중국으로 몰래 넘어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밀항 브로커를 통해 대형 화물선을 섭외한 뒤 동남아 국가로 밀항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밀항 루트는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락책과 운반책, 알선책이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아 수사가 장기화 될 것이란 가능성도 있다. 

해경청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밀항에 대비해 외사 경찰관뿐 아니라 수사관과 형사들까지 대폭 인원을 늘려 현장에 배치했다. 전국 항·포구의 출항 선박을 대상으로도 검문·검색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이미 해외로 빠져 나갔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이 도주 전 조카 A씨를 통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서울남부지검은 김 전 회장 도주 이튿날 그의 도주를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조카 A씨의 서울 자택에서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주 과정에서 A씨와 휴대전화 유심을 바꾼 정황을 포착했다. 다만, 친족의 도주를 도운 경우에는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는 형법 규정에 따라 A씨를 체포하진 않았다. 

검찰은 최근 김 전 회장의 얼굴 사진을 배포하고 공개 수배를 했다.

'라임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 전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1시 30분쯤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보석 조건으로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했다.

그는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의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리고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뒤 지난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중 지난 11일 해당 사건의 결심 공판이 열리기 1시간 30분 전 도주했다..

한편 검찰이 김 전 회장이 지난 11일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나기 하루 전 밀항 정황을 포착하고 보석 취소 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했지만, 법원이 결정을 미룬 탓에 도주를 막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앞서 김 전 회장이 도주 계획을 짜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포폰 2대를 특정해 통신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마저도 법원은 기각했다.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막을 수 있는 수차례의 기회가 있었지만, 법원의 안일한 판단으로 도주를 막지 못한 셈이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과 영장을 기각한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판사가 고교 동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벌을 고리로 한 '전관예우' 의혹도 커지고 있다. 1차 구속영장과 통신 영장을 기각한 서울남부지법 A 부장판사와 김 전 회장의 변호인 B 변호사가 고교 선후배 사이이고, 2012년 서울중앙지법에서 같이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