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정치인 9명, 공직자 66명, 선거사범 1274명 등 총 1373명 규모의 특별사면을 단행한 데 대해 국민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보다 신중히 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변의 주장처럼 이번 특사가 사법부의 판단을 구체적으로 타당한 이유 없이 형해화하는 사면권 남용이라면 삼권분립 위반이고 민주주의 훼손이 될 수 있다. 헌법에서 사면은 법률로 정하도록 했으므로 국회는 법률로써 대통령의 제왕적 사면권 남용을 통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광복절을 기해 단행된 1차 사면에서는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 등 주로 경제계 인사들이 많았다. 그때도 법의 형평성을 고려해 특혜 논란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국가 경제는 좋지 않았고, 이들이 사면 복권된 후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불만 여론은 어렵지 않게 무마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면은 궤가 확연히 달랐다. 논란이 극심했던 정치인의 사면인데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비롯한 다수 사면 대상자들에 대한 국민 여론과 정서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야당의 반대도 컸다. 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도지사의 '맞바꾸기 사면'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김 전 지사가 '사면불원' 의사를 표명했고, 그의 복권이 끝내 배제되는 등 형평성에 맞지 않는 '지렛대 사면'이라는 주장이다.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도지사의 사면과 관련해 사람의 일을 일 대 일로 경중을 나눌 수는 없다. 하지만 '억지춘향식 사면'은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전대미문이다.

이번 사면에 대한 문제점은 더 있다. 사면 대상자에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핵심 인물들이 대거 포함된 점이다.

최경환(국정원 특활비 상납), 조윤선(화이트 리스트), 최구식(보좌관 월급 전용), 이완영(불법 기부금 수수), 이병석(일감 몰아주기 3자 뇌물), 김성태(케이티 취업 청탁) 전 의원, 특수활동비 상납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문고리 3인방'의 안봉근·정호성·이재만 전 비서관, 민간인 불법사찰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무더기로 혜택을 받았다. 또 중형을 선고받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형기가 7년 정도 남았지만 잔여형기 절반이 감형됐다.

심지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지난 10월 말 유죄가 확정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사면한 것은 사면권의 남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참모를 '셀프 사면'한 것은 우리 헌정사에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