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미국은 영토가 매우 넓고 인구도 많지만 50개로 이루어진 각 주들도 전통적인 강대국들 규모의 토지와 인구는 물론이고 GDP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캘리포니아는 그중에서도 거대해서 인구도 4,000만명이지만 영토도 한반도의 2배는 된다. 필자가 머무는 로스앤젤레스는 이 캘리포니아의 중심격인 지역인데, 도심으로 간주되는 로스앤젤레스시 자체도 400만 인구에 서울의 3배는 되는 지역을 지니고 있지만 150개의 크고 작은 도시로 이루어진 메트로폴리탄 지역은 1,500만 인구에 서울경기·충남북을 합한 정도 되는 영역을 지니고 있다. 멀리서 보면 로스앤젤레스는 끝없이 펼쳐진 연단화된 도시인데, 높은 건물들은 도심과 부도시 등에 존재할뿐, 대부분 전원도시 같은 형태의 1~2층 짜리 주거와 2~3층 정도의 상가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후리웨이가 여기저기를 연결하고 있고 각 도시며 마을들은 잘 연결된 도로망, 넓은 녹지대와 운동장, 그리고 주차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연말연시 휴가때라서 장성한 아이들이 집에 와 있으므로, 주변 대형 그로서리에 가서 과일과 고기도 사고, 한국마켓에 가서 흰떡과 김치도 사고, 집에서 피자나 치킨을 시켜서 먹기도 한다. 물론 가격은 1~2년 전에 비해서 크게 올라 대부분이 1.5배 정도를 형성하는 것 같은데, 이 추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 같으니 걱정인 것이다. 둘째 애가 10년만에 컴퓨터를 새로 조립하는데, 부품 값들도 많이 올랐지만, 생산량이 적어져서인지, 인터넷으로 주문하기가 힘들어, 마더보드, 그래픽카드 등 재고를 이곳저곳 찾아내고 직접 매장으로 가서 구하기도 하고 예약하기도 했다. 물론 직업이 기계 및 컴퓨터와 관련이 되어 고성능 노트북은 이미 여러 대 있지만 집에는 좀 더 고성능과 큰 화면의 컴퓨터가 필요한 것이다.

이날은 전날부터 뿌리던 비가 아침부터 지속적으로 주룩주룩 내리는데 거의 1시간 거리에 있는 오렌지카운티의 터스틴으로 가기로 했다. 그곳에 대형 컴퓨터 부품가게 등이 있으므로 오전 11시 개장을 겨냥하여 오전 10시 집을 떠난 것이다. 후리웨이는 비가 오는 탓도 있겠고 연초라서 교통량은 많지 않았다. 신세대라서 그리고 자주 출장을 가서 렌트카를 이용하므로 운전실력은 필자에 비할 바는 아니다. 우리 집은 예나 제나 로스앤젤레스 북측 글렌데일의 북쪽 동네에 위치하는데, 첫째 아들은 오렌지카운티 얼바인에 직장이 있고 집은 인근 레이크포리스트에 있다. 둘째 아들은 거기서도 30~40분 더 내려가 샌디에이고 못미쳐 칼스배드라는 도시에 직장과 집이 있다. 그날 가던 곳은 거의 자기들 일하고 거주하는 곳까지 갔다고 보면 된다. 비가 내려 차를 세우고 우산을 쓰고 대형 컴퓨터 가게 건물 앞으로 가니 이미 사람들이 20여 명 줄을 서 있다. 사려던 것의 재고가 3개 있다더니 없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2배 정도 가격의 뉴 버전을 구입하기로 했다. 이제 대부분 인구가 핸드폰과 노트북을 한두 개씩을 지니고 있지만 학생들이나 전문가들은 좀 더 고성능의 컴퓨터를 원하게 되므로 이처럼 고성능 부품들을 어렵게 모아 직접 조립 및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오렌지카운티는 우리가 사진에서 많이 보듯이 비교적 새로 건설된 아름다운 도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길도 넓고 상가들도 아름다운 대형건물과, 주차장과 키 큰 팜 추리로 큰 블록들을 이루고 있다. 물론 주변의 주택가들도 아름다운 숲에 둘러싸여 있다. 1년 전만 해도 이곳 남캘리포니아에서는 주택 가격도 비싸고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서 주택 구하기가 힘들었다. 구매자 중심이 아닌 판매자 중심의 시장이라서 한 집에 여러 명이 달려들었고, 몇만 불씩 더 높은 가격을 오퍼로 넣어야 겨우 당첨되어 집을 살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25% 정도의 다운페이와 함께 그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융자를 내기 위해 에스크로에 들어가게 되고, 주택조사, 감정평가 등을 거쳐 에스크로가 끝나면 집 등기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모기지 시스템은 정부의 관여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니고 있고, 우리 한국에서도 이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아직은 부족한 편이다.

미국에서도 가장 큰 주택문제는 대도시의 주택가격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는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 각 나라들, 한국, 홍콩 등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해결이 쉽지 않다. 자본주위 사회에서 주택은 사유재이기에 정부가 주민들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다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 관여 정도가 나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건설 및 주택임금제도 실시 등 저소득층 주거보조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적극적인 모기지제도의 시행 등을 통한 시장경제의 활성화와 필터링이 큰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급격한 인플레이션 및 급등하는 이자율로 주택시장은 정체 상태이다. 가격이 크게 내린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매기가 전혀 없는 상황이 계속되어 주택건설 및 거래로 인한 경제파급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상태이다. 국제적인 자원개발 및 수출입에서부터 다양한 부품소재 생산 및 완성품 생산에 이르는 연결고리(Value Chain)의 단절로 각종 전자 및 가전제품들에서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수급이 활발하지 못하고 시민들도 돈을 아끼며 움츠리고 있다고 본다. 자영업자들을 포함한 많은 가구들이 수입이 줄어들어 돈을 쓰거나 소비하기에 어려움이 커진 것이다. 물론 대학 졸업생들의 직장 구하기도 더욱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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