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조건이 대단하다. 연봉으로 2억 유로(2700억원)라는 거액의 돈과 다른 특혜를 받게 된다. 이 돈은 아마도 팀의 연간 관중 수입을 초과할 것 같다. 이 때문에 소속 선수 중에 연봉을 이전보다 적게 받거나 외국인 한도 때문에 짐을 싸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정상적인 팀이라면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팀은 구단주가 왕자로서 사실상 국가 소유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산유국으로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번다. 오일머니 과시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호날두에게 요구하는 것도 단순한 축구 실력이 아닌 다른 조건이 있음은 생각할 수 있다.
호날두가 단순히 돈만 보고 가지는 않았을 테지만 이 돈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대가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인생의 가장 큰 목표를 포기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평생의 라이벌인 메시에게 졌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을만 하다. 나이를 생각하면 역전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에 다른 데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운동선수가 전성기가 지난 후 실력이 아직 바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은퇴하는 경우를 본다. 박수 칠 때 떠난다는 말도 있다. 이마 정상을 밟았는데 추하게 다른 것을 요구하다 밀려서 내려오는 모양새가 부끄러운 것이다. 이 분야에서 더 이상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는 사람이 하게 된다.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 경우는 다른 리그로 눈을 돌리게 된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던 축구 선수들이 한 수 아래의 리그에서 뛰는 경우가 있는데 후발 국가에서 흥행을 위해 해외의 유명한 선수를 스카웃한 경우다. 일본이나 중국 같은 나라에서 프로축구를 출범시키면서 이런 선수들을 스카웃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용병들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다.
보통은 전성기보다 적은 돈을 받지만 오히려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있는데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했거나 다른 조건이 있어야 한다. 물론 호날두는 특별한 상징성이 있다. 시장가치는 충분하다. 기량이 남아 있을 때 떠났기 때문이다. 전성기보다는 기량이 떨어졌지만 아직 하위리그는 평정할 실력이 있다. 하지만 1~2년을 더 버티다 갔으면 이런 조건이 가능했을까.
호날두 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이 전성기가 지나서 퇴직을 준비하면서 타이밍을 재는 경우가 있다.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인생 이모작인데 전관예우를 받으면 좋은 조건으로 할 수 있다. 괜찮은 현직에 있었거나 성과가 좋았어야만 가능하다.
보통 직장인은 퇴직하면 원래 직장보다 훨씬 못한 자리만 가능하다. 특히 정년을 다 채우고 퇴직하면 저임금 업종으로 몰리기도 한다. 그래서 명예퇴직을 하고 미리 다른 길을 찾는 사람도 많다. 남아 있으면 조직에서도 찬밥 신세로 힘을 잃게 된다. 임금피크제 등으로 수입도 줄게 된다. 그렇다고 준비 없이 뛰쳐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준비가 없었거나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다가 사기를 당해 쪽박을 차기도 한다. 다만 운 좋게 호날두처럼 대박을 치는 경우도 종종 있기는 하다. 퇴직을 앞둔 사람은 뒷방 늙은이로 남을 것인가 뛰쳐나가서 모험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큰 것이다
퇴직 얼마 안남은 나로서도 저런 이모작을 할 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요즘 퇴직자들이 갈 수 있는 자리가 갈수록 적어진다. 무엇보다도 나는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다. 물론 성과도 없다. 그래서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어쨌든 호날두는 화려한 전관예우를 받으며 인생 이모작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돈으로 과연 행복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돈이야 많으면 좋겠지만 돈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리고 돈도 어느 정도 넘어가면 의미가 반감한다. 게다가 주체 못할 돈은 오히려 불행인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는 로또 당첨 후 오히려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욕심은 끝도 없기는 하다.
호날두가 과연 새로운 자리에서 만족할 것인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