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 연말 북한 무인기에 속절 없이 뚫려 패닉에 빠진 사건과 관련, 국방부의 추후 대응 태도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북한 무인기에만 뚫린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거짓말과 덮어씌우기에도 뚫렸다는 점이다. 거짓말과 덮어씌우기는 개인이나 조직이 자신의 열등함을 감추기 위해 교묘히 꾸며내는 일이고 보면, 국방부가 무인기에 뚫린 것보다도 더 큰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수시로 허언하다 보면, 국방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군대가 강군이 될 수는 없다. 전력이 다소 약하더라도 국민과 굳센 연대감을 형성해 불가능할 것 같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역사적 사례가 있다. 반면 군사 수와 무기의 수량만 장담하며 성급하게 나섰다가 대패해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 전쟁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가 서울을 수 시간 비행했고, 이튿날 국방부는 무인기가 서울 용산 비행금지구역을 비행한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고, 사과한 사실도 보도되지 않았다.

이는 국방부가 국민과 국회를 속인 잘못에다가 안보 문제를 정치적 반격의 수단으로 악용한 참 나쁜 사례다. 국가 안보가 장담과 정치 논리로 지켜질 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애당초 국방부의 방공 작전 전체가 잘못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까지 침투한 무인기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레이더에 포착된 점들을 일주일 넘게 무인기인지 몰랐던 점 등이 합참의 작전·정보 라인의 무능력을 대변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 군은 정보판단 실패와 입장 번복에 따른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적의 무인기가 서울 중심까지 아무 제재 없이 날아온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충격이다. 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국방은 단 한 순간의 실수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에는 여당인 국민의힘 책임도 크다. 여당의 핵심 의원들은 국가 안보의 허점이 드러나 국민의 안위가 크게 위협 받고 있는 시국에서도 철 지난 색깔론을 들고 나오는가 하면, 정당하게 지적한 야당 의원 공격에 골몰하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이 정부와 여당에게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라고 정권을 맡겼지, 안보 문제까지 정쟁에 끌어들여 남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으라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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