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시작하는 다음 회기로 미뤄
美·英 "타협 위한 시간 벌어…환영"
시민들은 "완전 철회될 때까지 시위"
극우 진영"절차 늦춰도 법안은 강행"
시민 분노 잠재울 수 있지는 불투명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이 주도하던 사법 개편 입법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12주째 계속된 시민들의 저항 시위, 최대 우방국인 미국의 우려와 압박 등에 직면해 한발 물러선 것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N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사법 정비 입법에 관한 의회 결정을 5월 초에 시작하는 다음 회기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국민 분열을 방지하고 폭넓은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야권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사법 정비 입법안에 대한 2~3차 독회는 의회 휴회가 끝난 뒤 열기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에 대해 “내전을 피하는 기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지금 위험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위기 상황에서는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법 장악’ 입법에 저항해온 야권을 겨냥해 “나라를 갈라놓는 소수의 극단주의자가 있다”며 “하지만 나는 나라를 갈라놓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크네세트(의회)에서 열린 투표 회기에 참석해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우파연정의 '사법정비' 입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12주째 이어지고 입법을 공개 비판하는 고위 공직자가 잇따르자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법정비 입법 절차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크네세트(의회)에서 열린 투표 회기에 참석해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우파연정의 '사법정비' 입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12주째 이어지고 입법을 공개 비판하는 고위 공직자가 잇따르자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법정비 입법 절차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만약 입법이 진짜로 그리고 완전히 중단된다면 우리는 진짜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그러나 과거 (네타냐후의 거짓말을) 경험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의 말에 속임수가 없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해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또다른 야당 국가통합당 대표인 베니 간츠 전 국방부 장관은 “안 하는 것보다는 늦은 게 낫다"며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야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해온 이츠하크 헤르초크 대통령은 입법 중단 결정을 환영하면서 “최대한 광범위한 합의가 필요하다. 모두가 책임감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법 장악 입법안에 공개 반대했다가 전날 경질된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부 장관은 대화를 위한 입법 절차 중단을 환영했다.

또 미국 백악관과 영국 외무부 장관도 "타협 위한 시간을 벌었다"며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사법개편 입법 절차 연기 결정 발표 후 이스라엘 노동자총동맹이 28일로 예정됐던 파업을 철회해 네타냐후 총리는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시간 벌기용’ 꼼수라고 의심하고 있어 이번 혼란상이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시민들은 개편안이 완전 철회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반면 연정 내 극우 진영은 입법 절차를 미루더라도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우파 연정은 지난해 말 재집권에 성공한 후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을 추진해왔다. 이들이 밀어붙인 개혁안에는 의회의 입법 과정에서 대법원의 견제 역할을 약화하고, 법관 임명 시 정부 관여를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12주 연속 대규모 반대 시위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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