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정부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하여 드디어 우리는 완전히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었다. WHO의 엔데믹 선언의 후속조치이긴 한데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우리도 탈출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 비상조치 3년 4개월은 자연스런 일상을 덮어버린 어두운 기간이었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람들의 행동부터 변하였다. 마스크 착용이 자연스러워졌으며 혼자 지내는 것이 익숙해졌고 아무나 만나지 않게 되었다. 이 때문에 자폐환자가 늘었을 것 같다. 올 봄에 고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3년 동안 온전히 코로나와 함께 고교생 시절을 보낸 우울한 세대가 된다.

사실 과도한 제한에 대해 논란도 있었다. 서울과 시골은 밀집도가 다른데도 동일한 잣대로 거리두기를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처음 코로나로 멘붕이 왔을 때 기껏해야 하루 몇 십명 단위였다. 우리 의료시스템이 이런 확진자를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도 매일 1~2만 명 가량의 확진자가 나오지만 큰 문제가 안 되고 관심도 없다.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치사율이 낮아진 이유도 있다.
이를 보니 코로나의 피해는 실체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심리적 측면도 있는 것이다.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사람들이 과도하게 위축된 것이다.

이런 심리는 언어에도 영향을 주었다. 사용하는 단어가 변하였다.‘사회적 거리두기’, ‘펜데믹’, ‘엔데믹’ 같은 단어는 예전에는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전문용어였지만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자주 쓰는 단어다.
물론 가장 널리 알려지고 의미가 바뀐 단어는 ‘코로나’ 그 자체다. 병이 발생한 후 새로 만들어진 ‘메르스’나 ‘신종플루’와는 달리 코로나는 원래 있었던 단어다. 왕관이란 뜻이다. 로마에서 전쟁에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하는 ‘꽃으로 만든 화관(花冠)’이라는 의미였고 일식이나 월식 때 생기는 ‘해나 달 둘레를 덮는 빛의 둥근 환’을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처럼 왕이 없는 국가에서 왕관은 상징적이다. 스포츠와 같은 분야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거나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에게 이 칭호를 쓴다. 지난 월드컵 축구에서 최고의 선수가 된 메시와 같은 선수에게 ‘왕관을 쓸’ 자격이 있다는 표현을 한 언론이 많았다.

이처럼 코로나는 본디 아름다운 말이었다. 대학 다닐 때 영문학에서 왕관이란 표현을 고상한 의미로 쓸 때 크라운(crown)이 아닌 코로나(corona)로 쓰는 용례를 많이 보았다. 라틴어 어원은 서양에서 고상한 언어로 사용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영국왕 찰스3세 왕이 왕관을 쓰는 대관식을 코로네이션(coronation)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영광스런 단어가 이제 사람에게는 함부로 갖다 붙여서는 안 되는 혐오의 단어가 되었다. 스페인독감처럼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안 좋은 이미지로 굳어진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이 코로나라는 단어를 들으면 분명 질병을 지칭하는 말로 인식할 것이고 다른 의미는 떠올리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쓰는 단어에는 스토리가 있다. 고사성어처럼 근원을 찾다보면 그 이야기를 알 수 있다. 단어의 어원인 스토리가 단어의 원래 의미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좋은 의미였던 단어가 나쁜 사건에 관련되어 언급되면 나쁜 의미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625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특정한 전쟁을 떠올린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코로나라는 이름을 붙었을까. 현미경으로 바이러스의 표면을 관찰했을 때 특징적인 왕관 모양의 돌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자연의 권력에 복종해야하는 인간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미로 들린다. 아직 인간이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을 완전히 정복하지는 못한 것이다.
어쩌면 무서움의 표현일 수도 있다. 우리 조상들이 천연두를 ‘마마’라고 불렀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마마는 벼슬아치의 첩을 높여 이르던 말이기도 하였는데 직함 다음에 붙이면 존칭이 된다. 옛날 양반집에 있는 노비들에게 마마는 조금만 잘못하면 벌을 주는 무서운 존재였다. 물론 일부러 이런 의미로 붙이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코로나와 마마는 같은 역할을 하는 단어가 되었다.
코로나라는 단어가 원래의 의미대로 영광스런 의미가 되도록 코로나 충격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다고 역사를 잊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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