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주목되는 일정은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담이다. 윤 대통령은 방일 기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21일에는 양자 회담을 갖는다. 양국 정상이 얼굴을 맞대는 것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이다.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회담 이후 2주 만에 다시 만나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상 궤도에 오른 양국 관계를 점검하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같은 날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도 유력시된다. 성사된다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이후 6개월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포함된 3개국 정상회담에서는 안보와 경제 이슈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한 군사 정보 공유 방안, 역내 공급망 불안 해소, 에너지 위기 극복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또 G7 확대회의에 참석해 식량, 보건, 기후, 에너지 등 글로벌 의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 확대를 약속하는 한편 의장국이 제시한 중점 주제인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정책에 대한 토론에도 참여할 방침이다.
G7 정상회의는 미국, 일본 등 서방국들과 우호를 증진하고 실질 협력을 확대할 좋은 기회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도 요구된다. 회의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중국을 겨냥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입장을 천명하는 등 중·러 견제 목소리가 강하게 분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에 관한 한국의 입장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한미일 협력이 공고해지면서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동시에 새로운 불안 요소도 생긴 셈이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협상을 통해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스트리아에서 양국의 외교·안보 수장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만난 것이 대표적이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정상들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싫든 좋든 한반도에 대해 일정한 지분을 주장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나라들이다. 한미일 협력의 강화는 최근 국제적 역학 관계의 변화나 가치 공유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진영 대결의 최접점에 있다는 것은 다른 동맹국보다 훨씬 큰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한미일 협력을 안보의 근간으로 삼되 다른 주변국과의 갈등 관리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연합뉴스
webmaster@d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