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지난주 6월 6일 현충일과 연결하여 모처럼 4일 연휴를 즐겼다. 징검다리 휴일인 현충일과 일요일 사이에 낀날인 5일에 하루 휴가를 내니 가능했다.
올해 봄에는 유난히 연휴가 많았다. 5월 5일 어린이날이 금요일이었고 그리고 27일 토요일인 석가탄신일에 대체휴일제도가 적용되어 월요일인 29일에도 쉬는 바람에 두 번의 공식적인 3일 연휴가 있었다. 5월 1일 노동절도 월요일이라서 이때도 3일 연휴를 즐긴 직장인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연히도 5월의 3일 연휴마다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연휴 대목을 노린 상인들이 울상이었다는 뉴스도 있다. 다행히 이번 현충일 연휴에는 날씨는 약간 흐렸지만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나름대로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다.
오는 8월 15일 광복절도 화요일이다. 14일 월요일에 휴가를 내면 역시 4일 연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때도 과연 이런 방식으로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름 휴가기간이라 4일 연휴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연휴가 끝나고 출근을 하려니 힘이 들었다. 모처럼 제대로 휴일을 즐겼던 여운이었는지 출근하기 싫은 생각이 들었다. 놀던 관성이 남아서 일하는 리듬을 찾기가 어려웠다. 보통 겪는 월요병보다 훨씬 어려운 순간이었다. 긴 휴가가 자주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요즘 휴가가 너무 자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확실히 예전보다 노는 날이 많다. 지난 2005년에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일주일에 이틀을 쉴 수 있게 되었고 국경일 같은 공휴일이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붙게 되면 3일 연휴나 4일 연휴가 가능하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휴가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 연휴나 휴가가 끝나면 항상 아쉽다. 언제쯤 한번 마음 것 놀아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좀 더 놀고 싶기도 하고, 휴가 때 마음먹고 하려고 계획했던 일들이 실제로 잘 안되어 실망스러울 때도 많다.
그런데 휴가는 일을 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일을 하는 사람에게만 다음 일을 위한 충전이라는 휴가의 의미가 있다. 직업이 없는 사람은 쉬는 날이 휴가가 아니라 그냥 평일이나 다를 바 없다.
문명이 생기고 나서 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선사시대에 농경이 시작되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되고 이때부터 사람들이 농사일에 종사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사람에게서 일을 할 기회가 있다는 것은 그가 속한 사회가 나름대로 안정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일이 아주 즐거운 사람도 있고 고통인 사람도 있다. 보통 사람들은 양 극단 사이에 어느 지점에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다. 낚시를 취미로 하는 사람은 즐겁지만 생계를 위해 낚시를 하면 서글프다는 말도 있다. 휴가라서 쉬는 것과 아예 일이 없어 집에서 그냥 놀고 있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나는 일을 잘하는 것보다는 즐기는 스타일이다. 어떤 일이라도 처음에 익숙하지 못할 때 힘들지만 어느 정도 숙달 되면 즐기게 되었다. 즐기면 일이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감사하게 여긴다.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크게 내세울만한 성과는 아직 없지만 언젠가는 좋은 결과도 있을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하기 전에 먼저 취직한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가끔 일하다 힘들다고 느껴질 때는 이런 기억을 떠올리며 이겨냈던 경험이 있다.
어느덧 긴 직장생활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얼마 후 지금 직장에서 퇴직을 하게 된다. 퇴직하면 지금과 같은 휴가는 의미가 없다.
한국인은 노후 대책이 부족하여 퇴직 후에도 계속 일해야 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도 퇴직 후에 다른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퇴직 후 아무일 없이 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다.
그보다 휴가가 기다려지는 이런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 즐거운 일을 계속 하고 싶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섬득한 예언도 있는데 그때가 오기 전에 열심히 일을 해둬야 할 것 같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