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국인 경상북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기획조정국장

▲ 권국인 경상북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기획조정국장
우리의 부모님에게 자식이 노동자가 되기를 원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근로자가 되기를 원하는 분들이 약 10% 정도이고 대부분은 박사, 판검사, 교수, 공무원, 대기업 직원이 되기를 원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육에 노동교육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노동은 못 배우고 무식한 사람이 힘들고, 어렵게 땀 흘리면서 하는 것이 노동이라고 알고 있다. 노동자는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 현장이나 길거리에서 막일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근로자는 공장이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의사나 교사, 공무원, 대기업 직원, 회사 사무직원은 노동자도 근로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해서 급여 받고 살면 모두가 노동자라고 하면 자신을 무시하는가 하는 반응을 나타낸다. 정신이나 육체를 사용해서 일을 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은 모두 노동자란 것을 모른다. 아니 알지만 인정하기 싫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노조는 나와 관련이 없는 단체라고 생각한다. 노조의 파업에 욕을 퍼부어 댄다. 본인은 물론이고 나와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직장에서 알게 모르게 노조의 덕을 보면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보수가 오르고, 휴게실이 생기고, 출근 시간 보다 일찍 나와서 체조시키는 일을 금하는 등 나아진 작업 환경 여러 곳에 노동조합의 손길이 닿아있는 것을 모른다. 갑질과 산업재해, 부당해고 등을 직접 당한 사람이 노조를 통해 보상이나 구제를 받기 전에는 노조의 존재 의의를 절실하게 실감하지 못한다.

노조는 커다란 현수막에 깃발을 날리며 삭발한 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집회나 시위만 하는 단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언론은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불우이웃을 돕는 행사나 재능 기부 등을 통한 사회적 활동에 대한 보도는 잘해 주지 않는다.
나라 경제가 어렵고, 물가는 다락같이 오르는데 회사가 망하거나 말거나 임금인상 시위나 파업을 하고,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자식에게 취업 기회를 주는 단체협약을 했다는 사실은 크게 보도한다. 대부분의 국민은 노조가 어떻게 되던 아무 관심이 없다. 그저 노조는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필요악이라 생각한다. 화물노동자, 건설노동자들의 파업과 집회 시위도 노동자들의 절박함은 보지 않은 채 오로지 나의 불편함만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노조의 회계가 불투명하다고 회계서류를 제출하라고 한다. 그러자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다. 국민의 세금을 지원한 노조라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한 푼도 지원받지 않고 순수하게 조합비로 운영하는 노조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모든 노조가 부패의 온상이나 되는 것처럼.
노동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동안 힘들게 줄여 왔던 노동시간이 늘어날 것 같다. 제주 한달살이 가는 꿈을 가지고,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놀자고 한다. 발표한 계획을 보면 노동시간만 길어지고 휴식은 없어질 것 같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21년도 기준으로 14.5%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노동자의 급여나 복지가 좋은 대공장 위주로 조직되어 있다. 소규모 사업장이나 중소기업은 노조 자체가 없다.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은 급여도 올려주면 받고 동결해도 한마디 항의도 못 한다. 법으로 보장된 연차나 휴가도 눈치를 봐야 하고 그나마 다 사용하지 못한다. 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권리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제주 한 달살이 꿈을 가지라 하는가?

노조는 청렴한 조직이어야 한다. 노조 간부도 청렴과 도덕성이 중요한 자격 기준이다. 그러나 노조 역시 사회적 조직이다. 어떤 조직이든 부정부패가 없을 수 없다. 정부 부처에는 비리가 없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는 비리가 없을까? 나라를 지키는 국방 관련에도 부정과 비리가 있다. 노조 역시 부정과 비리가 있을 수 있다. 모두가 투명한 회계 감사를 받지 않아서 부정과 비리가 생기는 걸까? 제도가 잘못되어서 생기는 걸까?
제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의 잘못이다. 부정과 비리가 발생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면 된다. 조합원을 위해 선량한 노조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노조를 싸잡아 비난하지 말고

진정한 노동 개혁은 14.5%에 머무는 노조 조직률을 확대하는 것이다. 영세사업장이나 중소기업에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사용자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노조의 활성화를 통해 사용자와 소통함으로써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노동 생산성 확대를 도모하여 국가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노조도 투명한 회계 질서를 확립하고 무분별한 집회나 시위를 자제해야 한다. 오로지 조합원의 복지와 근무 환경개선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개혁의 상징이던 노조가 어쩌다 개혁의 대상이 되어 버렸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나라의 모든 사용자들이 다음 글을 마음으로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에 제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한다면 저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겁니다. 누군가 든든하게 제 뒤를 맡아주길 바란다면, 역시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입니다. 제가 여러 나라를 다녀보니, 노동조합이 없거나 금지된 나라가 많았는데 그런 나라들에서는 가혹한 노동 착취가 일어나고, 노동자들이 연일 계속되는 산업재해로 다치고 고통 받았지만, 제대로 보호조차 받지 못하였습니다. 바로 노동조합과 노동쟁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 2015년 9월 8일 미국 노동절 기념 연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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