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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좁은 골목길을 걸어 가스배달에 나선 가스공급업체 직원, 강한 체력을 요구하기에 지원자가 많지 않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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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과 폭설을 대비, 가구마다 2~4개의 가스통들이 예비로 비치돼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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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가스통을 실은 화물차가 울릉도 사동항에서 화물선을 기다리고 있다. | ||
육지보다 비싼 가스 가격이 문제
유튜브 방송 후 논란 더욱 확산
검사비만 매년 2억5000만원 부담해야
군지원금은 일회성에 그쳐
지리적 특성 무시한 방송과 이에 편승한 울릉군의 고압적 태도 …민초들만 고초
가스공급자도 주민인데 섬을 떠나야 할 정도로 상처받아
군의 행정 독주에 숨죽이던 공급업체 …더 이상 영업 못 하겠다
사양길 들어서 영업 승계할 사람조차 없어
유튜브 방송으로 인해 울릉도가 혼란에 빠졌다. 주민들은 수십년 가스업자의 봉이 됐다는 생각에 분노하고, 가스업자들은 지역을 위해 살아왔는데 일순간 ‘주민의 등에 빨대를 꽂은 악마로 이미지 지어졌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생활필수품(LPG)이기에 중립적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할 울릉군은 불똥이 튈까봐서인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책임을 가스업자에게 몰아가는 모양새를 취해 책임회피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울릉도의 고물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고 자체 생산 시설이 없는 탓에 모든 것을 배로 운송해 와야 한다. 따라서 육지보다 각종 부대비용이 증가, 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구조를 안고 있다.
이번 논란은 한 기자 출신의 유튜버 A씨가 울릉도에 도입되는 연료가격을 분석해 방송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연료 중 특히 문제를 삼은 것은 난방과 취사에 사용되는 LPG가스다. 포항·경주 등 육지와 가격차가 1만5000여원 가량 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3차례 방송했다.
울릉군청 관계자 역시 예산(국·도·군비)으로 주요 가격 인상 요인이 되고 있는 운송비(해상·육상)를 지원하고 있는데, 왜 육지와 차이를 보이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까지 지원된 운송비는 가스 1통(20kg)당 2만여원에 이른다. 세부 내역으로는 해상운송비 1만5000여원과 육상운송비 4000~5000여원로 나뉜다.
군은 이러한 운송비가 지원되는데도 불구하고 울릉도 가스업자들이 비싼 가격을 요구,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유튜브가 제기한 문제 인식과 동일한 시각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울릉도 내 가스공급업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문제 발생의 시점이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정부는 가스통으로 인한 인명 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기존 사용하던 LPG 가스통의 수명을 26년으로 규정, 한도를 넘긴 가스통은 강제 폐기를 명령했다.
3년의 유예기간을 지나 2013년 실제로 ‘26년 이상’ 오래된 가스통(유통량의 80%) 폐기가 이뤄지자 전국적으로 가스통 부족현상이 발생, 대혼란이 초래했다.(이전엔 2년에 1번 안전검사만 통과하면 무한정 가스통을 사용할 수 있었다.) 급기야,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가스통을 수입, 혼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울릉군 역시 부족한 가스통으로 인해 지역민 사이에 혼란이 일자, 대처 방안으로 나온 것이 예산을 통한 가스통값(7만여원) 지원이었다. 울릉군은 육지에 비해 가스 보급에 더욱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모든 가스 공급은 가스통에 담아 가정과 사업장으로 운반하다보니 많은 통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가스공급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다. 울릉군이 조사한 바에 따르더라도 육지 가스업자가 보유한 가스통(500개)보다 월등히 많은 통(울릉군 추정치:1만8000개, 가스업자 추정치:2만5000개)을 구비해야 영업이 가능하다.
가스업자들이 폐기 기간이 도래한 80%의 가스통 구입을 위해선 9~14억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정부의 안전 규정 강화로 생겨난 일이다.
이에 울릉군은 지난 2013년 가스업자들과 협약을 맺고 가스통 구입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논란은 이 당시 울릉군이 작성한 공문서에서 발생한다.
울릉군은 가스통값 관련, 1년(2013년 하반기, 2014년 상반기) 지원하되 그 이후 지원은 ‘협의사항’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그와 동시에 작성된 울릉군 내부 문서에는 ‘단 한차례 지원 사업’이라고 명시, 공무원들만은 일회성 사업이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이를 당시 구두로 가스공급업자들에게 설명했다고 하나 물증은 없으며, 가스공급업자들은 “들은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가스공급업자들은 “당시(2013년) 이를 듣고 알았다면 누가 과연 10억여원 이상을 투자해 사업을 계속하려 했겠는가”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당시 가스공급업자들은 1차 지원금 이외 ‘나머지 가스통 구입비’도 매년 협의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인식, 10억여원을 들여 새 가스통을 구입해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울릉군이 지원한 가스통 구입비는 3억여원(5000개 구입비)으로 당시 울릉도내 운용 물량(2만5000개)의 1/5만큼의 교체 비용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주민들은 울릉군이 당시 모든 가스통값을 지불, 울릉군에 소유권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의 “그럼 왜 그 다음해 가스통 구입비를 청구하지 지금껏 말이 없다가 최근 들어서 가스통 값을 거론하나? 이는 가스공급업자의 잘못”이란 지적에 대해 가스업자들은 “당시에 수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울릉군이 예산이 없다고 잘라 버렸다. 당시 사회 분위기로서는 관(官)과 대립할 입장이 안 돼 가슴앓이만하며 지금껏 투자금 만회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내년이면 울릉읍내 LPG 가스배관망 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가스배관망 사업은 도로 아래 가스배관망을 매설, 배관망을 통해 각 가정과 사업장에 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울릉군은 가스공급업자와 협의는 물론 아무런 예고조차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관망은 가스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요식업소·숙박업소 등이 밀집한 읍내 번화가를 중심으로 공사가 이뤄졌다. 숫자상 단 1000여 가구(울릉 전체 5000여 가구) 뿐이라고 하나 가스공급업자들에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연간 매출의 절반이 넘는 거래가 끊어질 위기를 맞게 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울릉군 관계자는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가스배관망 혜택은 가스배관을 매설할 수 있는 군내 20%의 지역 주민들에게 주어지며, 가스공급업자의 매출 감소는 25%선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배관망이 운용되더라도 가스공급업자의 매출은 별반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울릉군은 유튜브 방송 이후 부정적인 여론이 고조돼서인지, 이미 지급했어야 할 6~7월분 포함 3개월 치 운송비를 8월 중순 팩스를 통해 일방적으로 지급 중단을 통보, 가스공급업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가스공급업자에게는 배관망 이외에 또 다른 부담 가중 요소들이 있다. ‘2년에 1번’ 법에 의거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가스통 안전검사로, 가스통 하나당 2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육지 가스판매상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가스통을 보유해야 하는 울릉도 가스공급업자에게만 별도로 주어지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울릉도내 2만5000개의 가스통이 순환되고 있다고 볼 때 2년에 1번 가스통 검사비만해도 5억에 이른다. (매년 2억5000만원의 가스통 검사비 추가 부담)
그 외에도 울릉도가 바닷가인 관계로 가스통이 쉽게 녹이 슬고 손상돼 매년 폐기되는 물량이 적지 않으며, 사용기간(26년)이 도래한 가스통도 매년 발생하기에 추가되는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되지 않을 수 없다.
가스공급업자 A씨는 “유튜브 방송으로 인해 일순간 나쁜 놈이 됐다. 고향인 울릉도를 지킨다고 지금껏 살아왔지만 이젠 살기도 어렵게 됐다. 주민들을 착취하는 인간으로 몰아세워 답답하고 억울하지만 어디하나 호소할 곳이 없다”며, “가스배관망으로 인구 밀집지역에 LPG 가스가 공급되면 수입 감소는 물론 가스통을 어께에 매고 배달해야 하는 좁은 골목길과 산골짜기 가구들만 남게 된다. 돈을 많이 줘도 배달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 사양길로 들어서려니 팔려고 내놔도 인수하려는 이가 없다”고 탄식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LPG 가스 공급과 관련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0만원을 들여 용역을 맡겼다. 10월이면 용역 결과가 나오니 그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LPG 가스 공급과 관련된 문제가 이 뿐이 아니다. 산자부 지원사업인 ‘군 지역 배관망지원사업’은 당초 2020년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가스저장소 위치 선정의 오류와 진입도로 붕괴 등 다수 요인들로 인해 지연돼 왔다. 게다가 건설 중인 충전소마저도 작은 비에 지반이 요동하는 곳에 설치, 향후 문제 발생 여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옮기려 해도 이미 모든 배관망이 현 충전소 위치로 집중되도록 공사가 완료돼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영열 김문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