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 부국장


요즘 2002년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벌어진 국군과 북한군과의 교전인 제2 연평해전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 ‘연평해전’이 세간에 화제다. '연평해전'은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으며,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열연, ‘꼭 보고 싶은 영화’라는 국민의 응원이 더해져 올 여름 대한민국을 뜨겁게 할 전망이다.

‘연평해전’은 지난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투의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나라를 지키려 했던 정장 윤영하(김무열) 대위를 비롯해 조타장 한상국(진구) 하사, 의무병 박동혁(박동혁) 상병이 긴박한 해전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끈끈한 전우애를 소재로 했다.

제2 연평해전은 제17회 월드컵축구대회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 무렵,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3마일,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일어났다. 1999년 6월 15일 오전에 발생한 제1연평해전이 벌어진 지 3년 만에 같은 지역에서 일어난 남북한 함정 사이의 해전이다.

이날 우리 군은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6명이 전사했으며, 19명이 부상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 국민 대부분은 한일월드컵 태극전사들의 눈부신 활약에 취해 이러한 위기 상황을 별로 인식하지 못한 채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연평해전 발발 다음 날 월드컵 결승전 행사 참석차 일본으로 향했으며, 교전 이틀 뒤 정부가 아닌 해군 차원에서 축소해 치러진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않아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이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장병들의 예우도 말이 아니다. 법적으로 전사자로 예우 받지 못하고 공무상 사망자로 처우 받고 있는 현실은 실로 아이러니하다. 또한 연평해전을 계기로 군인연금법이 바뀌었지만 정작 이날 전사자들에게는 소급 적용에서 배제됐다. 이러한 현실로 지금도 희생자 가족들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절규의 소리를 내지르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의 이면에는 이데올로기 문제가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다. 이른바 김대중 정부의 햇빛 정책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건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푸대접한다면 또다시 국가를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버릴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바로잡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또 다시 이러한 뼈아픈 과거가 미래 세대에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거룩한 분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국가도 있고 미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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