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열 편집국장
국민들 입에서는 ‘저들이 과연 공직자(公職者)들인가?’, ‘공직자들이 과연 저래도 되나?’ 말이 나올 정도로 부패와 비리, 범죄 혐의는 끝이 없다.
공직사회 전체의 명예까지 실추시키는 (비리 수준을 넘어) 범죄로 발전, 지금이라도 빨리 이를 바로 잡지 않으면 공직자 모두가 한 통속으로 여겨질 정도까지 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선관위는 물론 공직에 대한 불신이 국민 사이에 점점 더 가중되고 있음에도 여러 공무원노조들 중 어느 조직도 나서서 사죄는 물론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은 그저 장탄식과 함께 한숨만 내쉴 뿐이다.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만 더하자. 수산해양부 공무원이 서해를 표류하다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 시신이 불태워졌을 때도 공무원노조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이후 국민들이 경악할 진상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관련자들이 수사를 받을 때도 입을 닫고 있었다. 분명 같은 공무원이고, 혹, 동일 노조원일 수도 있었는데도 말이다.
당시 언론은 피해 공무원과 관련해 부부간의 문제, 도박 등의 부적절한 사생활들을 부각시켜 집중 보도했으며, 최종 월북으로까지 몰아갔다.
노조는 왜 가입하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가? 피해자는 당시 공무수행 중이었는데 같은 공무원으로서 최소한 연민의 정 정도도 들지 않았는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하게도 다음 차례 당신이 그러한 어려움에 처한다면 … 고용주인 정부가 ‘월북 주장처럼’ 억울하게 몰고, 동료들마저 입을 닫아버린다면…” 상상만 해도 슬픈 일이 되지 않겠는가. 부모 잃은 피해 공무원 자녀들의 삶과 죄인의 자녀란 꼬리표를 생각하더라도 공무원노조는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번 어린 자식들을 남겨두고 차가운 바다 위를 헤매다 억울하게 죽어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명복을 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지난 11일 밝힌 최근 7년간의 선관위의 채용비리 조사 결과(28명 고발, 312건 수사 의뢰)는 두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란 명분으로 아무런 제재 없이 사살 상 감시·감독 사각지대에서 방치돼 온 국가기관이 어디까지, 얼마만큼 타락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야 할 정도다.
당일 추천, 당일 면접, 당일 채용이란 ‘하이패스 채용’이 있는가하면, 선관위 내부 벽보판에 채용공고를 게재(7~9급 깜깜이 채용), 13명은 나이·학위 미달에도 채용, 임기제 공무원을 별도 절차 없이 불법으로 일반직 전환하는 등 그들만의 채용을 자행해 왔음이 밝혀졌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국가공무원법 위반 사실만해도 299건에 달한다.
선관위와 관련해 향후 더 큰 비리와 범죄들이 당연히 나올 것이라 확신하는 것은 이번 권익위 조사 결과가 절반이 넘는 직원들(51%)이 개인정보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업무 관련, 뒤가 구리지 않는다면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과연 뭔가. 이번 권익위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빙산의 일각일 뿐’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3월 당시 김세환 사무총장이 자신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물러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후임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마저 자녀 특혜채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동반 사퇴했다.
박찬진 사무총장의 자녀는 지난 2022년, 송봉섭 사무차장의 자녀는 2018년 채용됐다. 직전(直前) 선임자의 범죄행위와 처벌을 보면서도 공직자의 범법행위가 스스럼없이 자행되고 있는 곳이 중앙선관위다.
중앙선관위 실질적인 감사·징계권자이며 기관의 최고위직인 사무총장과 차순위 고위직의 채용비리가 이 정도인데 그 이하 직원들의 인사 비리는 과연 없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윗물부터 악취가 난무하는데 아랫물이 맑을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설사, 부정임을 알았어도 서로가 물고 물리는 관계가 돼버리면, 징계는 물론 입도 떼지 못할 사이가 되고 만다. 그야말로 비리공동체·복마전(伏魔殿)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빠찬스를 악용한 선관위 불법 취업으로 중앙선관위 최고위직 2인방이 날아간지도 얼마되지 않았는데 또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는 지난 7월 감사원의 정기감사에서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에게 지난 2013년부터 불법 지급한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위원장에 매월 290만원, 위원 7명에 매월 215만원)을 지급, 지역 선관위 직원들이 소속 기관 선관위원으로부터 골프·해외여행 경비를 제공받거나, 지급해야 할 회의 참석 수당을 임의로 사용한 것 등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수사기관에 고발됐다. 선관위 직원들의 업무수행 관련 비리라 할 수 있다.
이런 선관위가 최근까지 감사원과 권익위 조사를 거부한 명분이 뭔가.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다. 헌법기관은 설립 근거가 헌법에 규정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관을 말하는 것으로 정부(대통령, 국무총리, 국무회의, 행정부), 국회(국회의원), 법원(대법원과 각급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있다. 그 외는 법률기관이다. 양 기관의 차이점으로는 ‘헌법기관은 헌법 개정으로, 법률기관은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기구개편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기관 설치 근거가 헌법을 기반으로 한다해서 우월하게 생각, 같은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마저 거부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수없는 범죄 혐의를 안고서도 ‘조사거부’, ‘조사한정’, ‘자료제출로 대체’ 등을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 정의롭지 않은 조직임을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만다. 당당하다면 모두를 개방, 빨리 조사해 억울한 누명을 밝혀달라고 촉구해야할 것이다.
이런 선관위가 맡은 업무는 선거관리다. 제대로 된 선거관리가 되겠는가. ‘내로남불’이 그 중 한 사례다. ‘빨리 빨리’와 함께 세계용어 사전에 올라 국위선양(?)에도 일조할 정도로 유명한 단어가 됐는데, 특정 정당(더XX민X당)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선거현수막 사용에서 선관위로부터 금지 당했다. 이외에도 '위선, 무능, 성추행당' 등이 있다. 반면, 윤석열 대선 후보를 비하시키는 ‘술·주술·굿·쥴리·유흥업소·접대부' 등의 단어는 사용 가능하다고 허용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만 돼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말장난이 아닐 수 없다. 이념에 치우쳤거나, 무자격자·무능력자를 불법으로 취업시킨 결과라고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것들을 두고서도 선관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공평정대하게 선거를 관리했다', ‘권익위가 자신들의 소명을 반영 안했다’고 불평을 하니 국민은 희롱당한 기분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 관리 외 불법선거 단속권이 있다. 이런 자들이 후보자들의 자장면 한 그릇 접대 사실에 대해 선거법 위반을 심사하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선관위의 부정부패 문제는 감사원과 권익위의 조사 일부만이 진행된 상태에서 드러난 결과이다. 이들 기관들의 또 다른 조사 결과와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까지 완료된다면, 나라를 뿌리 채 뒤흔들 비리들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선거는 지역을 대표할 지도자를 뽑기도 하지만, 정권교체란 말로 표현되듯 국가와 정부 핵심 구성원 전원을 교체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선거에 이기고 개표에 졌다’와 ‘개표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스탈린)는 말은 국민주권(國民主權) 침해 세력의 존재를 인정하는 말로 범법 사실이 드러날 시 법정최고형으로 처벌해야 한다. 민주주의 파괴세력이 아닐 수 없다.
이젠 부끄러운 선관위의 흑역사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 이는 곧 주권자인 국민을 우롱·기망하는 일이며, 선관위 스스로의 양심을 저버리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과거 행안부가 선거관리를 담당했다. 선관위를 해체 수준으로 재정비하든지, 해체하고 새로운 인물로 조직을 새롭게 구성하든지 개혁(改革)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다. 다음 총선이 불과 6개월 남겨두고 있다. 검경의 철저하고 신속하며 빈틈하나 없는 수사와 조사, 처벌을 촉구한다.
선관위가 (그 이전이라도) 살고자 한다면 철저하게 조·수사에 협조하는 것과 개과천선(改過遷善)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그러할지라도 국민들은 당신들의 이전은 물론 향후 이뤄질 선거 관리까지 신뢰하지 않을 것은 물론 매의 눈으로 감시를 이어갈 것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업자득이다.
선관위 직원들이 그동안 공직자로서의 사명을 잊고 왜 그리 오만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양 국민 앞에 불손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려면 철옹성처럼 외부로부터 개입을 철저히 차단해야 하고 어떠한 내부 정보도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나 북한의 쉼 없이 사이버 공격에는 제대로 방어한 것 같지는 않다. 여론조사도 선관위 하부 기관의 업무다. 여론조작 의혹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 내년 총선 이전 국내이든 북한·중국이든 원천 차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 궁금증으로는 선관위의 선거 조작을 주장하며 책까지 5권을 저술한 공병호 박사를 왜 고발하지 않는가하는 점이다. 고발과 수사, 재판을 통해 선거조작이 드러날까 두려운 것인가? 제발 선관위는 진실을 규명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지마라. 국민 세금으로 월급은 물론 퇴직 연금까지 받으면서 국민을 기망해서야 되겠는가. 스스로 맡은 바 책무를 다하라. 상부의 지시라고해서 죄가 없어지는 것 아니다. 거짓과 부당한 명령 거부도 공직자가 해야 할 마땅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