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현 포항 이동고 전 교장

또한 바다 내음을 맡으며 오징어 덕장을 끼고 언덕 아래로 내려오면 저동항 가까이 큰 정자나무 아래에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그 당시)의 울릉도 방문을 기념하는 빛바랜 낡은 표지석 하나가 있었다.
그 표지석과 관련하여 5.16혁명에 성공한 박정희 장군이 이듬해인 1962년 10월 11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으로 울릉도를 방문했을 때 접안시설도 없고 날씨가 좋지 않아 풍랑과 함께 높은 파도로 보트에 옮겨타고 육지로 건너다 바다에 빠지게 되는데 옆에 있던 군인 한 분이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했다고 전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 당시 구조한 군인이 누구인지 궁금증만 더할 뿐 몰랐었는데 이 사연을 지난 몇 해 전 조선일보 유튜브 프로그램 ‘팩폭시스터’에서 소개되어 그분이 바로 6.25의 영웅이며 최재형 의원(전 감사원장)의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대령이었다는 알게 됐다.
이 일정에는 박 전 대통령을 수행한 사람이 해군을 대표해 최고회의 총무수석비서관으로 차출 되어온 최영섭 대령 외에, 훗날 국회의장을 지낸 이만섭 당시 동아일보 기자와 민기식 장군 등이 당시 동행했다고 한다.
이만섭 국회의장은 과거 박정희 의장 사고에 대해 “그때 기골이 장대한 최영섭 대령이 얼른 바다로 뛰어들어 박정희 의장을 업어서 뭍으로 나왔다”고 증언했다.
최영섭 전 대령은 이후 이상돈 전 국회의원과의 대화에서 “박 의장이 몸무게가 가벼워, (나로서는) 가뿐했다”고 회상했다고 한다.
최재형 의원의 부친인 6.25의 영웅 최영섭 예비역 대령은 지난 2021년 7월 8일 만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얼마 전 세간에는 최영섭 전 대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울릉도 저동항 사건 인연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울릉도 저동항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박 전 대통령은 그 이후 최 전 대령에게 청와대 근무를 제안했지만, 최 전 대령은 “나는 한강을 함께 건넌 혁명동지가 아니다”면서 사양하고 해군으로 돌아가서 해군사관학교 등에서 평범하게 근무하다가 1968년에 전역했다.
6.25의 영웅으로서 박 대통령을 구한 분으로 요사이 같으면 장군 진급과 함께 얼마든지 立身揚名의 길이 훤하게 열였겠지만 오직 군인으로서 사명을 다하고 생을 마감한 최영섭 대령의 고귀한 애국심과 구국정신에 우리는 요사이 보기 힘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느끼게 된다.
30여년 전에 저동항을 묵묵히 지키던 그 표지석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파면 구속과 함께 요사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에 의해, 무엇 때문에 없어졌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진 않았으나 울릉도에서 함께했던 친구가 보내온 소식을 전할 뿐이다.
요사이 말도 많고 끝없는 논쟁으로 이어져 왜곡되어 가는 대한민국 건국일과 함께 이 또한 ‘이승만 박정희 지우기’가 아닌지~ 하는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본다.
번영과 함께 잘 살아가던 자유 대한민국에서 지난 문재인 정권 몇년간 정말 경험하지 못한 나라 속에 살았던 우리들은 아직까지 발목만 잡는 거대 야당의 당대표의 방탄만을 일삼는 여의도의 폭정 속에 언제까지 이렇게 정치적 갈등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야만 하나…
요사이 이재명 대표는 체포동의안이 기각된 후 중범죄를 벗어나 날개를 단 듯하고, 한발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을 향해 ‘민생영수회담’을 제안하며 그 음흉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영수회담(領袖會談)이란 용어 자체도 대통령이 당총재를 겸하던 과거에 있었던 용어를 굳이 끌어들여 사용하며 대통령과 격을 함께하고자 하는 꼼수가 숨어있어 보인다.
그는 지난 2월 수사가 좁혀오자 ‘정적 제거’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국가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깡패지 대통령이냐~"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해놓고, 정말 깡패하고 영수회담을 하겠다는 건가?
민생은 여당 대표와 함께 얼마든지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는데 굳이 민생을 앞세운 영수회담을 운운하며 추석 전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건 본인의 사법리스크를 희석시키고 격을 높혀 보겠다는 꼼수정치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닌 여당의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집중된 여론을 희석하려는 얄팍한 속셈"이라며 "또 다른 방탄 전략임이 뻔히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떼쓰기식 영수회담보다 여야 대표 회담을 통해 민생에 대해 치열히 논의할 적기"라고 촉구했다.
이런 이재명 대표의 이루어질 수 없는 꼼수정치에 동의하며 속을 국민은 하나도 없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한 추석 연휴가 이 대표와 그에 동조하는 야당에 의해 씁쓸한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靑松愚民 松軒-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