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이 균형을 이루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벌써 엉거주춤한 타협으로 이상과 현실, 모두를 놓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좋은 취지로 출발한 제도가 현실론에 부딪혀 방향을 잃었는데 그 현실론조차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의 경우 교육부는 고교 1학년 때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지 못한 학생이 자퇴 후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2∼3학년 절대평가 도입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되면 미래 사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에 기반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자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적성이나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내신 성적을 올리기 쉬운 과목을 골라 수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또 수능의 선택과목 체제가 '과목별 유불리', '문과 침공' 등의 논란을 야기하자 예전의 공통과목 체제로 복귀했으나 고교학점제의 방향과는 어긋난다. 학생 변별이 어려워진 대학들이 대학별 고사를 확대하고,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사교육 의존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입시 제도를 개편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고교 이하 교육의 지상과제가 마치 대학 진학인 듯한 분위기에서는 어떤 제도도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 실제로 그동안 수없이 바뀐 입시 제도로 상황이 개선됐다고 느끼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기존의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대체했고, 사교육 시장은 더욱 부풀어 올랐다.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줄 세워 입학시킨 대학들이 그에 걸맞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공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교육 분야의 사다리까지 망가졌다는 비판도 있다. 교육 문제는 양극화, 저출산 등 우리 사회의 건강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높은 교육열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임이 분명하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지 못할 경우 자칫 학력과 부의 대물림 같은 형태로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제는 교육부에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함께 나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백년대계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연합뉴스
webmaster@d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