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세종대 교수

옥스퍼드는 학기가 시작되면 모든 것이 엄청나게 진행된다. 각종 학술행사, 강의, 문화행사 및 자신이 택한 과외활동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시간 관리가 안되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될 수 있다. 8주 동안 공부면 공부, 활동이면 활동 이 모든 것을 몰아서 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옥스퍼드는 도제식으로 공부하는 형태인데, 상황에 따라서는 교수와 몇 명의 학생이 같이 토론하기도 하지만 한 명씩 토론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본인이 공부해 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임시방편으로 떼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교수가 일주일에 논문 10여편을 읽고 특정 주제에 맞게 자신의 의견을 써 오라고 하면 그것을 제출하면서 교수와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이 그 주제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거기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무엇인지 논의하게 된다. 개인마다 의견이 다른 것을 존중하고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를 매우 중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견해를 논리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옥스퍼드 의대의 경우 필수과목으로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것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대학에서 공개적으로 열리는 수업에 출석체크를 하지 않으므로 참석 여부는 학생 자율에 맡긴다. 이것 자체가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물론 이것마저도 학과에 따라 반드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과 자율에 맡기는 것이 있어서 일반화하기 어렵다. 그래도 학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수업을 듣고 그렇지 않으면 안들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평상시에 열심히 공부해 두지 않으면 1년 동안 공부한 것을 한꺼번에 치루는 시험에서 낭패를 볼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결과는 본인이 책임진다.
1년의 마지막에 3학기 동안 배운 과목에 대해 논술식으로 시험을 보게 되는데, 평상시에 열심히 공부해 두지 않으면 최종 시험을 제대로 통과하기 어려우므로 알아서 자율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맞게 공부를 해야 한다. 평상시에 수업도 안듣고 맘대로 놀아도 시험을 잘 통과한다면 모르지만, 평상시 과제를 전혀 하지 않고 시험을 잘 볼 방법이 없다. 따라서 교수들은 학생들이 최종 시험에 원만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평상시에 과외를 해 주는 셈이다. 개인 교습을 통해 학생의 상황에 맞게 능력을 배가시키는 노력을 하게 된다.
무언가를 단순하게 외워서 시험을 보는 것보다는 해당 과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여 자신만의 색채로 정리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옥스퍼드 내 다양한 독서클럽이 있다. 각 칼리지에 독서 클럽이 따로 있고, 포스닥 이상의 연구자들이 모인 그룹에는 전공과 관계없이 다양한 방면의 주제로 토론하는 모임이 몇 개나 있다. 옥스퍼드대 뉴커머 클럽에서도 독자적인 독서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의 독서클럽에 가면 수준에 맞게 토론하면서 타인의 생각을 들을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끊임없이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토론해야 하는 기회가 지천에 널려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문화로 이어진다. 인문학 위기라는 말이 발을 붙일 여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 학생들이 굳이 의대나 법대를 가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열심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분야에서 역할을 할 기회가 많으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옥스퍼드가 적게 배우지만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자율의 힘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