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니카 수필가

엽전 꾸러미를 쏟아붓는 듯한
두꺼운 가위 소리에 묻혀
신작로를 따라 리어카 한 대 올라오면

소년의 입속은
도랑가 미나리 뜯어서 들기름으로 구운
어머니 부침개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 벌써 침이 고이고

양은 냄비나 고물 사요
빈 병도 좋고 계란도 좋아
엿장수의 고함

밭일 나간 아버지 고무신을
엿과 바꿀 용기는 없어도
큰집 형 누나들이 바꾼 엿을 달라는 배짱은 있었다

소변 보고 손도 안 씻은 엿장수 아저씨
그 시커먼 손으로 떼어주던/ 호박 엿
그 엿이 왜 그리 맛나던지

군것질거리가 귀하던 시절
그래도 단맛 나는 것이 먹고 싶어서
빈 병이며 고물 잔뜩 모으려고 온 동네를
헤매던 그 시절

오늘따라 이렇게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 소리가 그리운 것은
아직도/ 내 혓바닥의 미각은
그 단맛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엿장수를 떠올리면 ‘챙 챙 챙그렁’ 거리는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가 떠오른다. 먹을만한 군것질거리가 없었던 때 가장 인기 좋은 방문객이었다. 마을 어귀서부터 그는 동네 아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다. “양은 냄비나 고물 사요 빈 병도 좋고 계란도 좋아” 어디서 찾아오는지 집 안 구석구석 뒤진 것들을 들고나와 엿가락과 맞바꿔서 신나게 엿을 빨아먹는 아이에 비해 고물을 못 찾아 엿을 못 바꾼 아이들은 콧물만 홀짝거리고… 그러다가 빨던 엿을 한 번만 빨아먹으라고 인심 쓰면 감지덕지 얼른 혓바닥을 내밀던 시절, 빙그레 웃음이 번진다. 그 시절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 소리가 그리운 것은’ 그의 뒤를 쫄랑거리며 따라다니던 어릴 적 코흘리개 친구가 있어서고, 그 신작로의 먼지 바람이 있어서지.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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