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한빛 원전부터 차례로 '수조' 포화…여야 이견에 고준위특별법 폐기될 듯

▲ 황주호 한수원 사장

   
▲ 세계 주요 원전 운영국의 관리 정책(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황주호 한수원 사장, 고준위 특별법 제정 촉구…"방폐장 부지 선정 못한 건 한국·인도뿐"

국내 원전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가 임계점에 임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런 준비 없이 시간을 보낼 경우 멀쩡한 일부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고준위 방폐물 저장 용량을 확보하지 못해 발전소를 멈춘 바가 있고, 고준위 방폐물이 가득 차 보관할 곳이 없으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발전소 운영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은 지난 2015년부터 경주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물인 사용후 핵연료는 각 원전 안에 있는 수조인 습식 저장조에 보관되고 있으며, 월성원전의 경우 습식 저장조가 일찌감치 포화가 돼 원전 부지 내에 건식 저장조(맥스터)를 설치해 임시보관 중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고준위 방폐장 설치의 경우 과거 울진·영덕·영일, 안면도, 굴업도, 부안 등 9차례나 부지 선정 실패가 반복됐다. 따라서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한 공모절차, 주민투표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방폐장 건설의 선결 조건이 된다.

고준위 방폐물을 영구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준위 특별법 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여야에 의해 각각 발의됐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시설 저장 용량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상태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고준위특별법 제정안의 자동 폐기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은 이번 국회를 넘길 경우 고준위 특별법 마련에 다시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여론을 환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30년 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 원전 순으로 원전 내 수조가 가득 차게 된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 촉구 브리핑'에서 "2030년부터 한빛, 한울, 고리 원전 순서로 습식 저장조가 포화하는 등 원전 내 사용 후 핵연료의 포화가 임박해 저장 시설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황 사장은 이날 "탈원전을 하든 친원전을 하든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필수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황 사장은 "국내 원전 25기에서 이미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 1만8600t을 포함해 (추가 건설 원전을 포함해) 총 32기의 총발생량 4만4692t의 처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임시방편으로 한수원이 고준위 방폐장 건설 방침이 확정되기 전까지 원전 부지 안에 고준위 폐기물 건식 저장 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원만히 추진되려면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 전까지 운영하는 것을 조건으로 수조 포화가 다가온 한빛·한울·고리 원전 부지 야외에 각각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맥스터)을 지어 2030년 무렵부터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외의 경우는 원전 상위 10개국 중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황 사장은 또 유럽연합(EU)이 친환경 사업 실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를 도입한 것과 관련해 향후 "한국이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한수원의 글로벌 시장 채권 발행 금리가 높아지거나 유럽 원전 수출에 장애가 초래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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