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공천 내용을 두고 여러 평가가 나올 순 있다. 임 전 실장은 1989년 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야권의 주류인 80년대 학생 운동권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적폐청산 인사와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며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 이번 총선 승리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대선 패배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민주당의 처지를 떠나 권력을 내준 구정권의 핵심 실세가 다시 총선에, 그것도 텃밭에 출마하겠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 공천이 극심한 내홍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이재명 대표 등 주류가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공천이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운동권 용퇴론만 해도 그렇다. 주류는 운동권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임 전 실장의 희생을 요구하지만, 공천을 통해 전대협의 빈 자리를 한총련 등 90년대 운동권 인사로 채우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통진당의 후신이라는 진보당과 위성정당을 구성하고 비례대표 명부 당선권에 그들을 배정하기로 합의한 게 대표적 사례다. 현역의원 평가 점수만 봐도 '하위 10%∼20%'에 묶인 의원 대다수가 비주류다. 모든 게 이런 식이니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에 찬성한 비주류만 보복성 찍어내기를 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 각 계파가 공천을 놓고 아귀다툼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하든 총선에서 이긴다'는 자만심의 발로다. 그래서 중도층과 무당파를 견인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정책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것이다. 민주당 구성원 전체의 자성과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뒤늦게라도 잘못을 깨닫고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면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