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지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지하철 노선이 거미줄 같이 연결되어 있다. 필자가 자주 이용하던 노선은 부모님이 마포구 도화동에 사시던 관계로 5호선으로 마포역이나 공덕역에서 김포공항까지를 왕복할 정도였는데, 그 후에는 형님이 부모님을 모시고 구로구 항동으로 이사해서 어쩌다 1호선 타고 서울역에서 온수역까지, 또는 7호선 타고 온수역에서 강남터미널까지 이용해봤을 뿐 지하철 타 본 기억이 별로 없다. 포항에 살게 되니 서울에 다녀온다면 부모님 댁에 가고 거기서 김포공항, 서울역, 광명역 정도를 이용하기에 지하철 이용이 제한되기도 했지만, 요즈음은 주로 광명역에서 항동까지 택시를 이용하게 된다.
항동은 과거 그린벨트로 지정되었던 서울의 가장 가장자리로서 항동저수지와 폐철도인 항동철도가 있어 시민들이 자주 찾고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던 낭만적인 곳이었다. 서울의 중심에서 이곳을 오려면 버스도 타고 오지만 1호선 온수역에서 내려서 15분쯤 걸으면 되는 곳이다. 15년 전만 해도 이곳은 논밭이 많고, 수림 우거진 천왕산 줄기가 이어져 있으며, 저수지에 물고기가 많아 낚시꾼들이 제법 모여드는 곳이었다. 필자도 이곳에 오면 자주 주변을 산책했는데, 수 많은 철새들, 주로 청둥오리들이 여기저기 날아들어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때 만해도 이곳은 병원과 약국도 멀고 그 흔한 커피숍 하나 제대로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이 10년전에 서울푸른수목원으로 지정되고, 몇 년전에는 주변에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섰다. 물론 형님이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그린빌라는 예나 제나 전원풍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구정 때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볼 기회가 생겼다. 주말에 맏형제자매들이 일산 못 미쳐 풍산이라는 것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온수역까지 걸어가 7호선을 타고 부천쪽으로 두 정거장을 가서 소사역에서 서해선으로 갈아타기로 했다. 서해선은 근래 개통된 민간투자 전철로서 소사역에서 10분 정도 기다리니 네 개 객실을 단 열차가 왔는데, 깨끗하고 온난방은 물론 공기정화기까지 달려 있었다. 그런데 겨우 두 정거장을 가니 김포공항이었고, 여기서 여섯 정거장을 더 가니 목적지였다. 역 간 거리가 좀 멀기는 하지만 이렇게 연결이 쉽게 되는 줄 몰랐었다.
목적지인 풍산역에 내리니 한가한 가운데 커다란 이마트 건물이 전방에 들어서 있다. 길을 찾아 이곳저곳 돌아보니 큰 음식점들이 꽤 많아 보인다. 전철역을 중심으로 1km 반경 정도에 몰려 있는 곳인데, 한가하고 가격대비 맛도 좋은 곳이라 많은 서울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이다. 물론 수도권 남부에 비해서 북부가 개발이 좀 더디다고 하는데, 이는 분명 남북대치상황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룽지닭백숙을 잘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신 후 시간이 많이 나서 문산을 지나 임진각까지 갈 생각을 했는데, 어쩐일인지 철도는 연결되어 있는데, 하루 한두번 다닐 뿐이라서 아쉽지만 포기하고 운동삼아 한 정거장을 걸어 백마역으로 와서 다시 전철을 타고 항동으로 되돌아왔다. 이날 걸은게 11,000보라고 하는데, 필자로서는 꽤 걸은 것이다. 70대 중반을 넘어가는 큰누님과 매형은 운동삼아 걷기도 하고 역사문화탐방 등에 참여하며 한달에 30만보를 걷는 분들인데, 지하철을 타려면 많이 걷게 되어 서울의 전철무료이용으로 노년층들의 건강을 크게 돕는다고 했다.
요즈음 유튜브를 보면 한국의 지하철의 편리함, 깨끗함, 안전함, 저렴함 등을 칭찬하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외국 방문 경험 많은 필자의 생각으로도 사실인 것 같다. 또한 우리 서울이 이렇게 거대한지 몰랐다는 외국인들도 많다. 뉴욕의 맨하탄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면 서울의 고층건물군에도 놀랐을 것이지만, 이러한 고층건물들로 이루어진 시가지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메트로폴리탄에 2,500만명에 이르는 인구가 몰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지하철 역세권들이 그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고밀도 상업 및 주거지역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많은 이들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며, 자가용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역세권개발 (Transit-Oriented Development)과 공공교통 연결된 고밀도 압축도시 (Network-Compact City)가 세계 어느 도시들보다 서울에서 잘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도 적지만 산지가 70%나 되어 개발가용지가 적기에 이러한 고밀도 개발이 이루어 진 것이라고도 하지만, 도시 및 국토개발계획 수립 관련 민관산학의 효용성과 지속가능개발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들이 우리 도시들을 이러한 모습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대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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