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의사·공공의대' 야당발 의료개혁…의사들 벼랑 끝 몰릴 듯
‘의료개혁’ 갈등이 총선 후 새로운 국면에 돌입하면서 여야 협치의 시금석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4·10 총선이 야권 압승으로 끝나면서 야권의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추진과 정부여당의 의대증원과 맞물려 의료개혁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여야가 협치 차원에서 의료개혁에 드라이브를 건다면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의 대치가 정치권과 의사단체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당장은 정부·여당과 의료계 사이 갈등이 커서 겉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거대 야당이 외부적으로는 ‘대통합과 협치’를 내세우고, 내부적으로는 공약실천을 명분으로 의료개혁을 본격화하면 의료계의 반발은 더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일명 지역의사법안)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안'(일명 공공의대법안)을 작년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통과시켰고, 이들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지역의사법안’은 의대 정원 일부를 지역의사 선발 전형을 통해 뽑고 일정 기간 의료 취약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공공의대법안’은 각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해 지역 내 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도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및 지역의대 신설을 명시한 바 있다. 야권뿐만 아니라 경북도 등 일부 의료소외 지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실정이다.
경제·사회단체 등에서도 의대 증원과 함께 각종 의료개혁 입법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보건의료노조 등 282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공공의대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행동'은 지난 2월 국회에 이들 법안의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설립은 의사단체들이 의대 증원보다 더 거세게 반발하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10년간 400명씩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하고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등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 결국 정부는 이런 '의료개혁'을 접어야 했다.
다만 당시는 보수언론과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부작용 등을 적극적으로 파고드는가 하면 예민한 부분에서는 방관하는 등 사실상 반대 기류에 섰던 게 사실이다.
또 이같은 사정으로 이번 정부여당의 의대증원 등 의료개혁 드라이브가 초기 가파른 정부지지율을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총선용 정책으로 치부되며 해결책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국민적 피로감을 불러왔다고 여겨진다.
전공의들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이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뒤 성명을 내고 "거주지·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성 논란이 일 수 있으며, 10년간의 의무복무 기간 이후 필수·지역의료에서 이탈이 생길 것"이라며 극렬 반발했다.
이런 까닭에 의사단체들은 여당의 참패 야당의 압승에 대해 마냥 박수를 보낼 수는 없는 복잡한 상황이다.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총선 전 여당을 심판하겠다고 역설했지만, 총선 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라고 적었다.
이는 거대 야당과 정부·여당이 의료개혁 분야에서만은 협치를 단행해 더 강한 의료개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또 의사 집단은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가 강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상당수 의사들은 정부·여당을 비판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던지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민주당으로서도 의사단체 외 간호사 단체의 표도 의식해야 하는 만큼 의료개혁을 사이에 두고 여야와 정부간 ‘빅딜’은 매우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부각되고 있다.
가령 민주당이 의대증원 1000명(추정) 이상에 손을 들어주는 대신 윤 대통령이 거부한 간호법을 재상정하고, 지역의사제 및 공공의대법 등을 여야 간 이견을 좁힌 후 합의통과 시킨다면 의사단체로서는 사면초가에 갖히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등은 의료소외지역으로 꼽히는 경북, 전남 등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지역소멸 방지 측면에서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만큼 의사단체가 무한정 거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