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7.7원 내린 1,386.8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 가구 월평균 소득·소비 추이 등(신한은행 제공)

   
▲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5.50%로 재차 동결했다. (연합뉴스)

   
▲ 골드바(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이스라엘 중동 전쟁 발발 여파
환율,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 도달
원화가치 떨어지며 수출기업 큰 타격
코스피도 2%이상 폭락 등 증시 요동
美연준 의장, 금리 인하 지연 시사에
국내 금리 인하시기도 더 늦춰질 전망
부채있는 가구 이자부담에 계속 허덕
국제유가 상승 배럴당 100달러 육박
회복세 보이는 수출·무역수지‘찬물’
금값 랠리…생산분야 투자 감소 초래

4·10 총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국내 '물가'가 급등하는가 하면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유가', '환율'이 고공행진을 시작했고, '금값'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정부가 무겁고 엄중한 책임감으로 '고환율·고유가·고금리·고물가·고금값'이라는 '오중고(五重苦)'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난 총선에서 야권이 여권을 누르고 압승한 원인이 여러 가지 있다. 그 가운데 정부·여당이 국민경제가 파탄이 날 지경임에도 유효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농후했다.

정치와 사법 문제를 이용해 국민에게 닥친 경제난을 덮을 수 없다는 것이 총선 결과로 또다시 증명된 셈이다.

대구시·경북도와 시·군·구들도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자치단체의 존립 이유 중 첫 번째가 시도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자치단체들은 어떠한 변명이나 주저함도 없이 '오중고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경제 여건이 1998년 발생한 IMF관리금융 체제 때보다 더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때는 '고환율·고유가·고금리'라는 '삼중고'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삼중고에다 '고물가·고금값'까지 더해진 '오중고'가 가계를 덮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서라도 오중고로 고통 받는 국민 경제를 회생시킬 구체적인 방안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 고물가 쇼크...근본 대책 세워야

생필품값이 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총선 전 정부의 눈치만 보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폐단이 반복되고 있다.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고물가 기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 전쟁 발발 우려로 국제유가 상승이 예측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비 증가로 인해 이것이 제품 가격 인상을 부추길 것이란 점이다.

또 환율이 오르고 원화 가치가 하락한 데 따라 수입 물가가 상승해 국내 물가에 부담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동월보다 3.1%나 올랐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정부는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놨다.

총선을 염두에 둔 이 같은 정부의 발표는 지난 정부가 집값 급등에 따른 대책으로 '통계조작'을 한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시행한 물가 관리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가격이 상승한 품목에 대해 가격 할인 지원을 하는 식의 '대증요법'으로 근본 대책을 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질타다.

◇ 고금리의 늪...소득 대비 지출 추월

가계를 옥죄어 온 고금리가 빠르게 안정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사실상 미국 연방 금리에 연동돼 있다.

그런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 16일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 말했다. 이는 국제적 금리 인하 기대감을 떨어지게 하는 의미다.

미국 동향에 연동하는 한국도 빨라야 4분기에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대세다. 고물가·고금리 '이중고'는 지표에서도 두드러졌다.

신한은행이 17일 전국 만20∼64세 경제활동자(근로자·자영업자 등)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월평균 소득은 544만원으로 전년보다 4.4% 늘었다. 하지만 월평균 소비는 이보다 큰 5.7%가 증가했다.

소비가 늘어난 사람들의 96.1%는 물가 상승과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부채가 있는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201만원으로 1년 새 7% 줄었다. 그러나 월 부채 상환액은 평균 93만원으로 8만원이나 증가했다.

◇ 고환율 태풍...다시 중진국 가나

원달러 환율이 최근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6일, 전날보다 10.5원 오른 1394.5원에 마감됐다. 환율은 장중 15원 넘게 오르며 1400원에 도달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에 들어선 것은 2022년 11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우리 돈 가치가 그만큼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국민소득 3만5000달러를 돌파해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대한민국이 가만히 앉아서 중진국으로 후퇴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우리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재화가 그만큼 줄어드는 만큼 국민들의 지갑이 속절없이 얇아지게 된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하면 당연히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코스피는 이날 2% 넘게 수직 낙하했다.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60.80포인트(2.28%) 내린 2609.63으로 마감됐다.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면 외국인 자금도 급속도로 이탈한다.

이에 정부가 환율 변동과 외환 수급에 각별한 경계감을 드러냈지만 정부의 이러한 구두 메시지가 원달러 환율 상승과 증시 급락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고유가 충격...IMF 버금 대비 세워야

국제유가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오전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영국 브렌트유 가격이 각각 배럴당 85.95달러와 90.60달러를 기록, 향후 중동 분쟁이 본격화할 경우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고유가는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과 무역수지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당장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석 달 연속 오름세였다.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합동 비상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정부합동 비상대응반을 가동해 24시간 모니터링하고, 과도한 시장 변동성에는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개입할 뜻을 비쳤다.

이러다가는 제2의 IMF를 맞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1998년 당시와 비교해 상당히 건실해져 있고, 정부의 대응도 신속한 만큼 26년 전의 악몽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금융시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과 과도한 가계부채 등이 이미 뇌관으로 등장해 있다. 정부가 '신속 대응' 등 구호에 그칠 게 아니라 금융·실물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총체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금값 랠리...비생산 분야에 자본 몰려

금 가격이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이날 18개월 내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금리인하가 더딜 것이란 전망 이면에 결국은 금리인하가 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과 함께 러-우전쟁이 끝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란 간 중동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등 국제정세 불안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의 강한 매수세도 금값 최고가 갱신을 부추기고 있다. 금값은 지난주 온스당 2400달러 너머로 오른 후 16일 2380달러 선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금시세는 금 소비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도 상승에 힘입어 17일 현재 1돈 살 때 44만6000원, 팔 때 40만원이었다.

문제는 금값 상승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다양하긴 하지만 자본이 생산 분야에 투자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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