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인 23일 여야를 비롯해 군소정당들은 '노무현 정신' 계승을 다짐했다.

다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간에 상대를 겨냥한 신경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추도식에 앞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본인을 서민의 대통령, 바보 대통령이라고 하셨던 노 전 대통령은 인간적인 면모가 지금도 남아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새 지도부가 저희와 함께 노 전 대통령께서 꿈꾸셨던 정치를 실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협치를 기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나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먼저 열어주신 길 따라 여기까지 왔다"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정치가 국민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군소정당들도 '노무현 정신' 실천을 약속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께서 이 땅에 심은 시민 민주주의의 나무를 튼튼히 키우고 복지국가와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조국혁신당은 뛰겠다"고 말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생전 노 전 대통령은 탈권위로 시작한 개혁을 통해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석현 새로운미래 비상대책위원장도 "길 잃은 한국 정치에서 노 전 대통령의 국민통합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도 "탈권위주의 정신과 지역주의 타파, 반칙하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정치가 우리 사회와 민주 진보 진영에 이어지고 있는지 성찰할 때"라고 적었다.

여야 모두 '노무현 정신' 계승을 다짐했지만 상대를 향한 신경전도 펼쳐졌다.

김민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17대 국회부터 제1당이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며 견제와 균형을 이뤘다"면서도 "지금 거대 야당은 다수당의 권력으로 민의를 왜곡하고 입법 독재를 반복하겠다는 선전포고로 국회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통합과 상생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 22대 국회는 부디 민생을 위해 협치하는 국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거부권을 남발하는 고집불통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한 집권 여당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노무현 정신'을 짓밟고 대한민국을 '그들만 사는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대변인은 "사법 권력을 등에 업은 '검찰독재'는 전 정부 보복과 야당 탄압에 골몰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말했던 대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노무현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는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유족과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도 대거 추도식에 집결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홍철호 정무수석과 함께 윤 대통령의 화환을 내보내 추모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