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화책 내놨지만, 갈등 다시 불붙어 ... 첨예한 대치 양상
서울의대 교수들, 17일부터 휴진…의협, 오늘 휴진 계획 발표
의사들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를" vs 정부 "복귀자만 처분 '중단'"

서울의대 교수들에 이어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을 예고하면서 의료공백 사태가 다시 의정간 첨예한 대치로 치닫고 있다.  

의협이 집단 휴진에 들어가게 되면 의약분업에 반대한 2000년, 원격진료 추진을 막은 2014년, 의대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에 반발한 2020년에 이어 4번째 대대적인 집단행동이 된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공의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에 들어간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공의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에 들어간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은 9일 오후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지난 4~7일 실시한 집단 휴진 찬반 투표의 결과와 함께 구체적인 집단휴진 방식과 시점 등을 발표한다.

공식발표 전이지만 의협이 집단휴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투표자의 과반이 휴진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오는 20일을 집단행동 돌입 날짜로로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표에는 전체 12만9200명 중 7만800명이 참여해 투표율 54.8%를 기록했다. 의협이 이번 의료공백 사태에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집단휴진은 의대교수들도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지난 6일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부터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에서 휴진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다음 날인 7일 40개 의대 가운데 20곳 의대의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참여하는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총회를 연 뒤 "의협,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뜻을 함께한다"며 "의협의 집단행동 방침을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대 교수들과 의협의 집단휴진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정부는 지난 4일 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 중단과 병원의 사직서 수리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이탈 전공의 복귀 방안을 발표하는 등 유화책을 내놨다.

그동안 이탈 전공의에 대해 선처하지 않겠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강조해왔던 것에서 한 발 물러나 병원으로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고 미복귀자에게는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역시나 의사불패 신화는 깨지지 않았다'. '전공의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내놓은 고육책이었지만, 이 발표를 계기로 역설적으로 의료계가 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행정처분 취소가 아닌 '중단'은 복귀한 의사들이 또 집단행동을 할 경우 정부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복귀자의 행정처분과 관련해서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하는지, 의료 현장의 비상진료체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여론 등을 감안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 방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의사 단체들은 전공의들이 다칠 수 있는 만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의사단체들의 이런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처분을 취소하면 그동안 내린 조치의 정당성이 사라지는 데다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집단행동을 용인하는 것인 만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주장"이라며 "비난을 감수하면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인데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개원의들과 의대교수들의 집단휴진에 대해서는 파급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의협의 주축인 개원의들의 경우 휴원이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자영업자인 데다 동네 단골 환자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병원 문을 닫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집단행동 당시 개원의들의 참여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었다.

이와 반대로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가 1497명으로 전례 없을 만큼 늘어난데다 전공의들이 계속해서 큰 피해를 감내하는 만큼 이번에는 실제로 휴진에 동참하는 동네 의원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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