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7일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5차 전 싱가포르와의 경기에서 모처럼 대승을 거두고,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7대 0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로 국가대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을 즐겁게 했다. 얼마 전, 아시안 컵 당시 졸전과 패배로 인한 탈락, 그리고 팀 내 내홍으로 국민에게 큰 걱정을 안겼던 팀이 맞는지 눈을 의심케 했다. 수수 방관형 대표팀 관리로 잘 알려진 클리스만 전임 감독의 처참한 경기와 달리,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였다. 비록 임시적으로 감독을 대행하는 김도훈 감독이지만, 개개 선수 맞춤형 전술이 적종했다는 평가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최전방 주민규에게 수비가 밀집된 사이 모처럼 왼쪽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물 만난 고기처럼 싱가포르의 좌측 측면을 마음껏 휘젓고 다녔다. 또한 오른 쪽 측면에서는 이강인 선수의 압도적 기량을 보는 즐거움도 컸다. 화려한 발재간에 이어 평소 잘 쓰지 않는 오른발로 상대의 허를 찔러 골 맛을 선사하고, 후반전에는 반 박자 빠른 정교한 왼발슈팅으로 추가골까지 포함한 멀티골로 국가대표팀의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최전방에서는 늦깎이 데뷔선수인 주민규의 날카롭고 군더더기 없는 원톱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34세의 나이에 감격적인 A매치 데뷔 골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모처럼 한국축구의 진가를 잘 보여주었다.
또한 지난 번 대회에서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수비진의 불안을 큰 정우영 선수와 김진수, 황재원등이 든든하게 후방을 지켰다. 이는 외국인 감독이 선수단을 파악하고 적용해야 할 시간을 주어야 하나, 국내 감독은 이미 파악된 선수들을 적기적소의 배치만 잘 하면 된다는 장점을 보여주었다. 비록 약체와 경기를 하는 것이긴 했지만, 수비가 안정이 되었고, 가장 기량이 적합한 선수를 파악하고 배치를 하니 완전히 다른 팀으로 거듭나 있었다. 또한 김도훈 감독은 아직 정식이 아닌 임시로 맡은 감독직이지만, 승리에 급급하여 맡은 두 경기만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 향 후 국가대표의 세대교체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배준호, 오세훈, 황재원, 최준과 포항스틸러스에서 뛰고 있는 황인재 선수까지 태극마크를 달아 눈길을 끌었다.
감독 자신도 젊은 선수와 경험 있는 선수와 조화, 신구 조화 세대교체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변화는 팀 전체에 좋은 동기부여를 주었고, 경험 많은 선수도 긴장한 상태에서 시합을 준비하는 팀 분위기가 보였다. 바로 이런 점이 우리가 한국축구대표팀에서 보고 싶었던 장면이었다. 선배와 후배가 서로 협력하며 신구 조화를 이루고, 또한 경쟁자로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즐겁게 경기를 하는 모습. 바로 이런 모습이 우리가 국가 대표 팀에게 요구했던 장면이었다. 이제 6월 11일 예선 최종전에서 중국과의 경기만을 남겨두었다. 멋진 경기를 부탁하며 지나간 어둡고 무질서했던, 그리고 팀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했던 대표 팀이 아닌, 지금처럼 서로 협조하며, 최적의 기량을 갖춘 선수와 조직력으로 다시 일어서는 국가대표 팀이 되기를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