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처음에는 폭염 경고인 줄 알았다. 요즘 갑자기 폭염이 찾아왔다. 아직 초여름인데도 한여름처럼 35도를 웃도는 날씨로 고생하였다. 그러고 보니 올해 겨울과 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기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시끄럽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등 전쟁도 많다. 국내 사정도 별로 조용하지 못하다. 모든 것들이 폭주하니 날씨까지 덩달아서 폭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TV에서 자막으로 지진이라고 한다. 이어서 재난방송도 한다. 재난이 예고 후에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뜬금없다. 갑자기 지진이라니?
지진이 난 곳이 부안군 남남서 4km지점이러고 한다. 내가 35년 전 군생활을 했던 지역이다. 물론 지진이 발생한 정확한 그 지점은 아니고 인근이 지역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늦게 지는 지역으로 변산반도가 있는데 이곳에서 3년 동안 해안 방어로 군복무를 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 뜨는 지역에 사는 사람이 해가 가장 늦게 지는 지역에 가서 군인 노릇을 한다고 의미 부여를 했었던 기억이 있다.
지진 자막을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7년 전 포항 지진이 떠올랐다. 2017년 11월에 일어난 지진은 포항 출신이라면 모두 잊지 못할 악몽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나도 나름 지진 때문에 고생을 했다. 이번 지진으로 포항지진이 소환된다면 석유 매장 관련 뉴스에 이어 연속으로 포항이 전국 뉴스를 타는 셈이 된다.
포항지진이 나기 바로 전 해에 경주에서도 지진이 있었다. 강도 5.8로서 한반도 역사상 가장 강한 지진이라고 한다. 나는 당시 직장 때문에 세종시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지진이 발생한 날 저녁 약간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맞은편 사람이 책상을 흔드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나에게 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하지 왜 책상을 흔드나 싶어 눈을 들어 맞은편 사람을 쳐다보았는데 맞은편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나를 쳐다보면서 눈이 마주쳤다. 서로 의아한 눈빛을 교환하다가 지진 때문이라는 사실은 알고는 모두 깜짝 놀랐던 에피소드가 있다.
다음 해 직장으로 복귀해서 포항지진을 맞았다. 포항지진은 시 외곽지역에서 발생한 경주지진과는 달리 시내와 인접한 곳에서 발생해서 피해가 컸다. 당시 대구에 있는 우리 집에서도 진동을 느끼곤 했다. 포항에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지진 피해에 대한 국가 배상 소송문제는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다.
이후 지진소식이 나면 반사적으로 포항지진을 떠올리게 된다. 올해 초 대만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포항지진을 생각했다. 물론 이때는 바다 건너 멀리서 발생해서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우리 나라에서 발생하였고 포항지진과 패턴도 비슷해서 더 관심이 간다. 그러나 포항지진보다는 강도가 약하고 또한 부안은 포항보다 인구가 적은 곳이라 뉴스 노출도 적은 것 같다. 영향력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지진과 최근의 기후변화와는 관련이 없는지 궁금해진다. 요즘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으로 벌써 더워지는데 이런 변화가 지반에 영향을 주어 땅속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얼마 전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기사도 있다. 그러나 현재 과학으로 아직 기후변화와 지진 발생 사이에 연결되는 정확한 메카니즘은 알 수 없다.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지만 코로나 유행 등 최근의 감염병 사태도 지진이나 기상이변 때문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땅속의 변화로 묻혀있던 바이러스가 지면으로 올라온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포항지진 이전에 메르스가 유행했었다. 과거에는 이런 사건들은 신의 진노를 사서 발생했다고 믿었을 것이다.
며칠 전 동해안에 멸치 떼가 해변으로 몰려와 떼죽음을 했다는 뉴스가 있다. 해저에서 지진의 징조를 알고 육지로 도망 온 것이라는 괴담도 들리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보니 지진마저 인류의 욕심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쨌든 부안지진이 큰 피해없이 빨리 복구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