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지난주 2026 북중미 월드컵 축구 아시아 3차 예선 조 편성을 하였다. 우리나라는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와 함께 B조로 묶였다. 한국과 상대하는 5개 팀이 모두 중동에 있는데 대부분 우리보다는 약팀이다. 그래서 무난히 진출할 것 같다는 예상을 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사우디나 호주 등과 같은 강팀들과 한 조가 되어 험난한 일정이 예측된다. 국수주의 일지 모르지만 이번 조 편성으로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좋은 성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진행되는 3차예선은 티켓 8.5장 중 6장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사실상의 최종예선이다. 각조 2위까지는 무조건 본선에 진출한다. 그래서 조별 예선전만 잘하면 된다. 아마도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클리스만이 감독이었을 때 국가대표 축구경기는 볼 때마다 불안 불안했다. 손흥민, 이강인 같은 세계적 수준의 스타선수가 있었음에도 약팀에게 고전하다가 실수로 지곤 했다.
이런 여파로 올해 한국축구는 성적이 신통찮았다. 아시아컵에서는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4강에 그쳤고 올림픽예선에서도 탈락해서 파리행이 불발되었다. 이래저래 수난의 한해였다

그러나 이번 3차 예선전에서는 그렇게 조마조마한 일정은 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본선에서는 어떻게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예선전에서는 여유가 있다. 축구에서 공은 둥글다라는 표현이 있지만 한 게임 정도는 실수로 지게 되더라도 탈락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조편성도 통과하지 못하면 한국 축구는 월드컵에 나설 자격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다. 그만큼 한국이 받은 조편성은 최상 중에서 최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여유가 있는 이유는 본선 진출팀이 아시아에 무려 8.5장이나 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본선 진출팀이 48개국이라서 웬만큼 축구를 하는 국가는 다 출전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어릴 때 16개 국가만 참가할 수 있다 보니 번번히 탈락해서 아쉬워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1986년 처음으로 진출한 이후 10번 연속 진출을 한 저력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때의 3배나 많은 국가들이 모여서 대회를 치루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국가들을 참가 시키는 이유는 돈이 걸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기를 할 때마다 많은 돈이 오간다. 관중 수입뿐만 아니라 천문학적인 중계료가 걸려있다. FIFA에서 중국을 어떻게든 진출시킬려고 노력하는 것도 큰 수입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 스포츠도 결국 돈이 많아야 한다. 헝그리 정신으로 한계가 있다. 요즘 북한 축구가 어려운 이유도 돈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렇게 많은 국가가 본선에 진출하면 월드컵의 가치가 떨어질까 걱정이 된다. 무슨 만국박람회도 아니고 그렇고 그런 수많은 국가들이 모여서 국가대항전을 하면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 높은 경기가 펼쳐지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지금 펼쳐지는 유로 2024가 더 수준 높은 경기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예선전을 이끌어가야 하는 감독이 누가 될지 궁금하다. 국내파가 될 것처럼 같다가 돌고 돌아 외국인 감독으로 가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 선임되는 감독은 어쩌면 행운이다. 최상의 조 편성으로 웬만큼 엉터리로 하지 않는다면 본선 진출은 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포항 스틸러스 선수 출신이었던 황선홍 감독이 아쉽다. 그가 월드컵을 지휘하는 모습을 기대했었는데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이 물러난 후 임시감독으로 선임되어 어려운 경기를 무난히 치루어 후임이 유력했지만 올림팍 예선전에서 영덕 출신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지는 바람에 월드컵 국가대표 감독은 불가능해졌다.

이를 보면 스포츠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면서도 아이러니 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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