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통령과 정치권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정무장관직 신설 방침을 밝혔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무장관직을 신설해 국회와 정부와의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폐지됐던 정무장관이 부활하면 11년 만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정무장관 부활을 검토하다 그쳤는데 집권 3년 차에 이를 다시 추진하는 것은 22대 국회 여소야대 의석 구도에서 야당과의 소통 강화가 긴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무장관은 대통령의 메시지를 여야에 전달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야당과의 소통 통로라는 의미가 크다. 처음에는 특정 부처를 관장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무임소(無任所) 장관'으로 시작됐다가 1981년부터 정무장관으로 불렸다. 역할 자체가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아야 하니 그동안 정권 실세들이 이 장관직을 거쳐 갔다. 전두환 정부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맡았고,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김윤환 전 의원, 김영삼 정부에서는 김덕룡 전 의원과 서청원 전 의원 등이 이 장관직을 수행했다. 그 후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김대중 정부에서 폐지됐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이란 이름으로 부활해 이재오 전 의원 등이 이 자리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정무장관직이 신설되면 이번에도 의정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윤 대통령과 가까운 중진 정치인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 벌써 특정 인사의 이름이 후보군에 오르내린다고 한다. 역대 정무장관 가운데는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를 잇는 '핫라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정국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들이 적잖다. 윤 대통령이 정무장관직에 걸맞은 인사를 기용하면 꽉 막힌 여야 대치 정국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야권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22대 국회는 개원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정부·여당과 야당 간 협치의 기미는 쉽사리 감지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거대 야당의 국회 운영 독주에 여당의 무기력한 대응이 반복되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윤 대통령이 4월 총선 참패 이후 참모들에게 "이제부터는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이후 다선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을 기용하고 정무수석도 교체하는 등 정무라인을 강화했지만 대야 설득이나 여당과의 원활한 소통에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해결이 시급한 민생·개혁 과제는 쌓여만 가고, 나라 밖의 경제·안보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국회·정부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 면에서 정무장관직 신설은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물론 정무장관직이 의미가 있으려면 무엇보다 야당과 협치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야당도 양보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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