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차가 간절한 한 점차 승부 7라운드 구본길 대신 도경동 투입
파리올림픽 첫 출전 나선 도경동, 실점 없이 5득점 획득
두 선수 대구 오성고 선·후배 지간으로 알려져
구본길 "곧 태어날 모찌(태명)이 행운을 준 것"
도경동 "개인적 기쁨보다 단체전 3연패 할 수 있어 기뻐"

한국의 '신스틸러' 도경동이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맏형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의 올림픽 라스트 댄스를 금빛으로 장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1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헝가리를 45대41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남자 사브르 종목 단체전 3연패는아시아 국가로는 최초이자,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부터 1960년 로마 대회까지 7연패를 달성한 헝가리 이후 64년 만이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이날 결승전에서 올림픽 개인전 3연패(런던·리우·도쿄) 위업을 이룬 베테랑 아론 실라지가 버티고 있는 헝가리를 상대했다.
하지만 구본길·도경동·오상욱·박상원의 '어펜져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1번 주자로 나선 막내 박상원(세계랭킹 23위)이 헝가리 팀의 에이스인 실라지 아론(12위)을 상대로 1라운드에서 5-4로 우위를 점하며 피스트를 오상욱에게 넘겼다.
이어 이번 올림픽 개인전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은 오상욱이 헝가리의 막내 크리스티안 랍(34위)을 상대로 노련한 경기를 하며 10-8로 간격을 넓혔고, 맏형 구본길(22위)도 맹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은 15-11까지 달아났다.
올림픽 3연패 달성 과정에서 위기도 있었다.
이번 대회 2연패에 도전했던 오상욱이 2라운드에서 서트마리를 상대로 한때 27-28 역전을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30-29로 1점 리드를 만들어 놓았다.
점수 차가 간절한 박빙의 상황에서 원우영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는 7라운드에 구본길 대신 도경동을 투입했다.
도경동은 결승전 전까지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그야말로 ‘히든카드’였다. 도경동은 한풀이라도 하듯 크리스티안 러브를 압도하며 실점도 없이 5득점을 몰아쳤다.
도경동의 활약에 힘입어 점수차를 35-29로 벌리는데 성공한 대표팀은 이후 피스트를 넘겨받은 박상원이 40-33으로 한 점 더 달아났다.
그리고 마지막 피스트를 넘겨받은 오상욱은 44점 고지를 먼저 점한 뒤 헝가리 마지막 주자 실라지에게 40점까지 한 점 추가를 허용했지만 이후 깔끔한 공격에 성공하며 3연패를 확정지었다.
선수들은 원 코치를 헹가래 쳤고, 태극기를 들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손가락 3개를 펴보이며 '3연패'를 자축했다.
특히 구본길은 대구 오성고 후배인 도경동의 ‘폭풍 5연속 득점'의 지원을 받으면서 이날 마지막이 될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으며 전설이 됐다.
구본길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올림픽은 이게 마지막이다. 다음 목표는 2년 뒤 나고야 아시안게임"이라며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정말 (나고야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구본길이 나고야에서도 우승을 차지할 경우 역대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이 금메달을 딴 선수로 기록된다.
구본길은 금메달의 영광을 와이프와 곧 태어날 둘째에게 돌렸다. 본래 출산 예정일이 구본길이 금메달을 딴 이날이었기 때문이다.
구본길은 "사실 와이프가 코로나19에 걸려서 아이 출산 예정일을 내가 귀국하는 날로 바꿨다고 한다"며 "와이프가 하는 말이, 오늘 (아이가) 나왔으면 그 행운이 모찌(태명)한테 갔을 거라고, 모찌가 그래서 기다려주는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찌가 그 행운을 나한테 다 주는 거라고 열심히 하고 오라고 했다"며 "귀국하면 바로 갈 거다. 이제 떳떳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화려한 올림픽 라스트 댄스를 이끈 ‘신스틸러’ 도경동도 경기 직후 선수로서 "최종 목표가 금메달이었다. 그걸 바라보고 운동해왔는데 목표를 이룰 수 있어 꿈만 같다"며 "개인적인 기쁨보다 우리 펜싱의 새 역사, (단체전) 3연패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 나타난 도경동은 동료와 코치로부터도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선수다.
원 코치는 또 "(도경동은) 훈련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꾸준히 훈련하고, 성실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도 잘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최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남자 사브르 팀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 데 큰 힘을 보태왔고 능력이 있는 선수라 믿고 있었다. 그래도 5-0까지는 바라지 않았는데 정말 완벽하게 해줬다"고 칭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