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명 서울취재본부장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일극체제 이재명 후보 한 사람만을 위한 부끄러운 잔치로 추락하고 있다. 지난 주말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광주 지역 권리당원 선거인단 온라인 투표 참여율은 총선거인수 10만 2925명 중 2만 6033명이 참여, 25.29%로 집계됐다. 민주당의 안방이라 치부하는 광주·전남에서 펼쳐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민낯이다.
지난달 28일 충남과 충북지역 순회 경선으로 당권 레이스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기류가 확실하다. ‘이재명 당대표’는 떼어놓은 당상이고, 함께 나선 두 명의 후보자는 말 그대로 들러리나 다름없었다는 민주당 일부 당원들의 자조 섞인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2년 전 이재명 자신이 기록했던 민주당 역대 최고 득표율 77.77%도 훌쩍 넘어 통합 기록 90% 안팎의 지지도 현재로선 가능해 보인다. 축제라는 전당대회가 어떤 감동이나 재미도 없고 결국은 민주당 안방이라는 광주·전남에서도 그 열기가 사그라져 지방의회 의원 하나 뽑는 선거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런 전당대회를 굳이 왜 하느냐는 자문자답이 민주당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히 흥행 참패의 방증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전당대회 전국 순회경선 이재명 대표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89.00%(10만8991표)다. 김두관 후보는 9.60%(1만1757표), 김지수 후보는 1.40%(1712표)로 이재명 후보와 격차는 시쳇말로 잽이 안 되는 게임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정당의 최대 축제로 승화되어야 하지만, 민주당의 텃밭이요 최대 원군 지역이라 불리는 광주에서의 참여율이 낙제점에 가까운 25%대로 기록되었다면 이는 분명히 흥행 참패라고 봐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 3일까지 전국 순회경선 당대표 선거 권리당원 투표 참여율은 27.92%다. 시도별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선거인단 43만8584명 중 12만2460명만 투표에 참여했다. △충북 30.36% △충남 25.06% △경남 35.12% △부산 42.07% △울산 33.5% △제주 18.39% △인천 37.76% △대구-경북 52.23% △강원 21.85% △전북 20.28%.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4명의 후보들이 치열하게 맞붙으며 한 치 후퇴도 없이 공방전을 벌이면서 ‘분당대회’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국민의힘 전당대회보다도 투표율(48.5%)이 낮다. 첫 당원중심 슬로건을 내건 ‘전국당원대회’로 에드벌룬을 띄웠지만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간혹 날선 잽을 날렸던 김두관 후보의 목소리는 바닥으로 갈앉아 버렸고 최고위원으로 나선 후보가 전부가 명비어천가를 불러대며 오직 ‘이재명 당대표’에 충성하는 발언 일색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었다. 당원들의 저조한 투표율이 무엇을 말하는지 확연히 알 수 있는 현상이다. 오죽하면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 입에서 “어쩌다가민주당이 이렇게 됐나? 이렇게 무관심한 전당대회는 처음”이라면서 자탄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한때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율을 보면서 비아냥대던 민주당 대변인단의 성명이 더없이 허접하게 들리는 이유다.
기자와 직접 통화한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누가 당대표가 될지는 뻔한 상황이고, 최고위원들조차도 정치적 비전이나 정책적 아젠다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당대표에 충성하겠다는 목소리밖에 없으니 남은 기간도 전당대회 흥행이 살아날 수 있겠는가?”라며 김두관 후보가 말하는 민주당의 다양성, 역동성은 애초부터 물 건너간 구호에 다름 아니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175석의 거대 의석 민주당의 당 지지율도 27%(한국갤럽 7월23~25일/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 포인트, 응답률은 12.0%,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로 국민의힘 35%와 8%나 차이라 난다. 입법폭주, 탄핵-특검 남발 외에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 민주당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울취재본부 임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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