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안 공식화 다음날
대통령실 "증원 입장엔 불변"
윤 대통령-한동훈 만찬 연기
한동훈 "당이 민심 전해야
국민 지키는 게 국가 임무
만찬 연기 사전 통보 없어"
친한계"용산 달나라 상황인식"
추경호 "정부 방침 전적 동의"
이재명 "한동훈 입장 지지" 가세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갈등 해법을 놓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실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 대표가 의대 증원 유예를 공개적으로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은 증원 계획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런 갈등 속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만찬도 연기되며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다시 표출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전날 밤 공식화한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에 대해 "의료 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입장은 일관된다. 변함이 없다"며 거부 방침을 확인했다.
그는 "한동훈 대표, 당 쪽에서의 의견과 전혀 무관하게 항상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또 여당 일각에서 흘러 나오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경질에 대해서도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한 대표는 지난주 고위당정협의회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올해 모집하는 내년도 의대 정원을 최대 1509명 확대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은 유지하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은 1년유예하자는 제안을 대통령실 등에 전달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에 의료 공백 문제가 심각해지자 당 차원에서 절충안을 낸 것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검토 끝에 한 대표 제안을 거절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가질 국정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의료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사람이든 기업이든 안 간다"며 "교육과 의료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또 오는 30일 예정됐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등 여당 지도부의 만찬도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만찬 회동은 한 대표가 '증원 유예' 제안을 대통령 앞에서 직접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예상돼 정치권과 의료계의 시선이 모아졌다.
만찬 연기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며 "여당 지도부와의 식사는 추석 연휴 끝나고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기 발표 시점이 한 대표의 증원 유예 제안 공식화 바로 다음 날이란 점에서 정치적 해석도 낳았다.
여권 안팎에선 의대 증원 등에 대해 대통령실이 불쾌감을 표출한 것 아니냐고 풀이한다.
한 대표는 이날 의대 증원 유예를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 조짐이 나타나는 데 대해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복지위 당 소속 의원들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으로 번진다는 해석이 나온다'는 질문을 받고 "당이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며 증원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 만찬이 연기된 것과 관련해 '원내대표 라인에만 사전 통보가 됐느냐'는 질문에 "그건 모르겠고, 제가 이야기 들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이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만찬 일정 연기를 알리기 전에 한 대표 측이 미리 공유받은 내용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이 같은 대통령실의 행보에 비판적이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 채널에서 보건의료노조 파업 등으로 응급실 근무 의사가 턱없이 부족해 벌어지고 있는 '응급실 대란'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고 지적하면서 "거의 달나라 수준의 상황 인식"이라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신 부총장은 응급실 대란이 심각한 상황인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관리 가능한 상황이다' '전공의들 응급실 이탈하기 전부터 있어 왔던 문제다'고 했다"며 "이런 식의 상황 인식에 정말 앞이 깜깜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원내사령탑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한 대표와 의대 증원 유예 에 대해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의료개혁은 한치도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데에서 정부의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당도 함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대표의 중재안에 찬성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어떤 내용으로 구체적으로 제안됐는지 오늘 당대표로부터 이야기를 좀 듣고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의대증원을 유예하자고 한 것 같은데, 지금 상황에서 의료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 대표를 두둔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정부에서도 한 대표의 제안을 백안시하지 말고, 이 방안을 포함해 의료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취임 후 민생을 강조하고 있는 한 대표가 의대증원 문제를 놓고 본격적으로 대통령실과 차별화 행보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당정 갈등' 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윤한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