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남북 2개 국가론 제시

국민의힘 "종북(從北)넘어 충북(忠北)
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론' 복명복창"

대통령실 "평화통일 추진 헌법의 명령
북한 정권에 동조하는 반헌법적 발상"

야당 내서도 "사고친 것 같다" 비판
일각 "현실 고려하면 생각해볼 화두"

문재인 정부 시절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하지 말자"고 주장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임종석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임종석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 전 실장은 지난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 하지 맙시다. (남북이) 그냥 따로 살면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 돕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돼 있는 헌법 3조에 대해서는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 국가보안법도 폐지하고 통일부도 정리하자"고도 했다. 

임 전 실장이 말한 '두 개의 국가론'주장은 헌법을 고쳐서라도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실상의 통일 포기 주장이자,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 하겠다는 충격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족해방파(NL) 출신으로 전대협 의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이 남북 특수관계의 종언을 선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사실상 동조한 것이라"이라며 "무슨 지령이라도 받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종북(從北)인 줄 알았더니 충북(忠北)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임종석 전 정권 비서실장과 몇몇 좌파 인사가 던진 발언이 대한민국 헌법과 안보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며 "'두 개의 국가'를 받아들이자는 그들의 주장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복명복창 하는 꼴"이라고 개탄했다.

오 시장은 "이렇게 김정은의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는 행태를 종북을 넘어 충북이라 한들 과장이라 할 수 있겠느냐"면서 "북 주장의 논리구조를 모를 리 없는 일부 좌파들의 복명복창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이 통일을 필요로 하면 통일론을 주장하고 통일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 보조를 맞추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낸 5선 중진 김기현 의원은 전날 "임 전 실장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는 북한 김정은이 '통일 거부 선언'을 한 것과 연관 짓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라며 "김정은이 '북남 관계는 두 국가 관계'라며 통일을 위한 조직과 제도를 모두 없애자, 급기야 민주당 친북·종북 인사까지 합세해 김정은의 반통일 선언에 화답하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5선  나경원 의원도 "평생 통일을 주장하던 임종석 전 실장이 돌연 '통일하지 말자'고 돌변했다"며 "김정은의 통일 거부 선언에까지 장단을 맞추는 꼴"이라꼬집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중 기자들과 만나 "평화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헌법의 명령이고 의무라고 볼 수 있고, 그런 의지가 없다면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북한은 통일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또 임 전 실장의 '두개의 국가론'에 대해 "김일성 주석이 고려연방제 통일론을 주창할 때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두가지 전제조건을 건 적이 있다"며 "따라서 이런 두가지 전제 조건에 동조하는 세력은 북한 정권의 뜻에 동조하는, 그런 의견과 유사하다고 분석할 수 있겠다"고 질책했다.

야권에서도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전남 영암 호텔 현대 바이라한 목포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전남 평화회의에 참석해 "임 전 실장의 발언은 학자라면 주장이 가능하나 정치인의 발언으로서는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통일정책이 아닌 평화정책”이라며 “임 전 실장의 발언은 햇볕정책과 비슷하고 이를 오해해 통힐하지 말자와 같은 시니컬한 접근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동영 민주당 의원도 " "임 전 실장이 사고를 친 것 같다"며 "2국가론은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전병헌 새로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임 전 실장이 왜 굳이 오해를 사면서까지 이 시기에 '통일하지 말자'고 나섰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이유가 뭔지 묻고 싶다"고 적었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경솔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다. 현실적으로 '평화'와 '통일'을 분리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남북관계가 경색될수록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정치권의 막중한 책무"라고 꾸짖었다.

일각에서는 남북 관계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임 전 실장이 곱씹을 만한 화두를 던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임종석 전 실장의) 그 얘기가 옳다. 1991년에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을 했으니 사실은 그 때부터 두 개의 국가"라며 "결국 남북 관계는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두둔했다. 

민주당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황정아 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의에서 (임 전 실장의 두 국가론) 해당 발언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 당내 숙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가열되는 것에 대해 "건강한 토론이 많이 일어나면 좋을 것"이라며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다음 행보를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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