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명 서울취재본부장
불과 6년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은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다혜 씨는 지난 5일 새벽 2시 17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 골목길에서 비틀거리며 30m가량 걸어가다 차를 몰고 대로변으로 나가 사고를 냈다.
문다혜씨는 만취 상태로 갈지자 걸음을 걷더니, 한 건물 앞에 주차해 놓은 차량 운전석에 홀로 타 시동을 걸었다.
문다혜씨가 탑승한 차량은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21년 10월 노사동반성장의 새로운 경제모델인 '광주형 일자리' 홍보를 위해 구매한 캐스퍼로 지난 4월 문다혜씨에게 양도됐다.
그녀는 차량에 탑승한 지 10여분 만인 새벽 2시 29분쯤 차를 몰고 골목길을 벗어나 해밀턴 호텔 앞에서 차선을 변경하다 뒤따라오던 택시와 부딪혔다.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14%,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다. 택시기사는 목이 뻐근한 수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딸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형태의 게시물을 올리며 비판을 수시로 이어 갔지만 딸의 음주 사태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의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전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이처럼 김정숙 여사와 그 딸, 사위에 대한 수사를 엄호하겠다며 나서는 민주당은 이 사태에 대해 민망스럽게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음주운전에 대한 당의 입장으로 다른 게 있을 수 있을까요? 음주운전, 해선 안 되는 일이죠"라면서 얼버무렸다.
특별한 내용이 없다고도 했다. 친문계 핵심 인사들은 대놓고 "대답하지 않겠다"거나 "문다혜 씨 개인적인 일"로 치부했고, 일부에선 아예 "모른다"고 질문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특히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 중에서는 검찰을 끌어들이며 "검찰 때문에 정신적으로 약해져서 사고를 쳤다"고 옹호하기도 한다.
반면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 '개딸'들은 "음주 운전에는 예외가 없다. 제대로 처벌을 받으라"는 비판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각종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에게 이런 사태가 벌어졌고, 이들에게서 여권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끝장을 보겠다"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던 결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참 이상한 일이다. 문다혜씨의 음주 사고 자체도 '전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에 넘기려는 것일까.
당연히 야당의 공세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문다혜 씨 음주운전 사고로 일단 총반격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전직 대통령의 딸이 아버지의 말처럼,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이자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공격했고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아무리 아버지 말씀이 궤변이 많더라도 들을 건 들어야 한다"며 "참지 않겠다더니 드디어 행동을 개시했다"며 비꼬았다.
나경원 의원도 "민주당 현 대표 이재명과 개딸들은 탄핵폭주운전, 민주당 전 대표이자 전 대통령의 딸은 음주운전"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건이 단순한 음주 교통사고를 넘어 정치적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이 사건이 당장 코앞에 다가온 보궐선거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