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간 역할 재조정 되나
최고위원회 회의서 소신발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원인
정부 추진 개혁 지지 못받아
대통령실發 인적쇄신 시급”
野 여론조사 장난질 등 비판

10·16 재·보궐선거 결과 전통적인 '보수 텃밭'을 지켜내는 데 성공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사실상 이번 선거 결과를 총체적 난맥상 가운데서 얻어낸 ‘선전’이라는 평가가 여의도 정가에 자자하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당정 관계에 있어 좀더 명확하면서도 확실한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면서 선거 직후인 17일 첫 육성으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입장을 직접 표명하고 나섰다.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김 여사가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각종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에 협조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재·보궐선거 결과 유의미한 성적표를 손에 들고 윤석열 대통령울 향한 '역린'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건드렸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김 여사와 관련한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게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들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면서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하지 않으면 기회는 더없이 멀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무리한 정치공세도 있었지만, 그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이런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 지금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에 대한 불신이며 그것이 민심 바로미터로 지지율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인적쇄신은 꼭 어떤 잘못에 대응해서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정치,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 필요할 때 과감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재보궐 선거와 관련,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을 관중석의 관중으로 만들어온 것이 여론조사 장난질"이라며 "특히 그동안 야당에서 그런 이슈가 많았다.
이번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 선거 직전에 좌파 언론인을 자처하는 김어준씨가 만든 '여론조사 꽃'에서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보다 몇 % 더 이긴다는 결과를 만들어 내면서 국민의 눈을 현혹시켰지만 국민여러분들이 보셨다시피 며칠 뒤 선거는 22% 넘는 국민의힘 압승"이라면서 "여론조사의 방향을 만들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선거 결과를 만드는 게 민주주의인가"라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여론조사 장난질이 가져오고 있다. 이런 행태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뿌리 뽑지 않으면 안 된다. 한동훈과 국민의힘은 말로만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가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되면서 어려운 게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선거 직전에 터진 명태균 사태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들이 줄줄이 부풀려지면서 자칫 보수 텃밭을 다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대표는 부산 금정구를 7번씩 찾아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고 틈날 때마다 인천 강화군을 찾았다.
명태균 사태, 김건희 여사 구설, 그리고 여권 내부에서 퍼지는 파열음 등 연이어 터지는 악재를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부산 금정구와 인천 강화군을 여유있게 승리하는 견인적 역할을 해낸 점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도 한동훈 대표를 향해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왔을 정도다.
결국은 정치이력이 전무한 한동훈 대표로서는 지난 총선 이후 첫 번째 선거에서 나름 선전하면서 자신의 리더십을 어느정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있을 당-정 간의 역할에도 이목이 쏠린다.
당장 대통령실의 인적쇄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점과, 대통령의 역린이나 다름없는 김건희 여사를 향한 ‘활동 자제’를 넘어 ‘대외활동 중단’을 요구한 것은 굳이 이번 선거의 ‘선전’에 대한 결과라기 보단 대의적 대승적 차원이라는 평가가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