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데뷔 첫 30홈런 - 100타점 고지를 밟는 등 팀의 중심타자로 우뚝 선 삼성라이온즈 '캡틴' 구자욱이 아픈 몸을 이끌고 21일부터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한국시리즈 무대에 출전한다.
앞서 구자욱은 지난 15일 LG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회말 2루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무릎 부상을 입어 경기에서 빠졌다.
이후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MRI 검진을 받은 결과 왼쪽 무릎 안쪽 인대 손상 진단을 받으며 남은 플레이오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구자욱은 이후 일본으로 출국해 응급 치료를 받은 후 지난 18일 귀국해 선수단에 합류했다. 그리고 삼성라이온즈의 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직행의 기쁨을 팀 동료와 함께 누렸다.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오르게 되면서 구자욱의 출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구자욱은 "무릎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며 KS 출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구자욱의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다.
박진만 감독도 여전히 구자욱의 활용 범위와 쓰임새를 놓고 고민 중이다.
박 감독은 지난 20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희생하려는 선수 말을 듣고 무리하게 기용하면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우선 구자욱이 경기 후반 대타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투수 이호성을 빼고 김현준을 추가로 발탁했다.
구자욱의 경기 선발 출전은 사실상 어려워 보이지만 그의 투혼은 지친 선수단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단기전은 선수단 기세가 중요하다.
역대 KS에선 부상 투혼을 펼친 선수들이 팀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줬던 사례가 많다.
이 중 삼성의 경우 지난 2014년 넥센(현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던 박해민(현 LG트윈스)이 왼손 약지가 2루 베이스에 걸려 인대의 50%가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지만 벙어리 장갑을 끼고 3차전 대주자로 나서 동점 득점을 올리는 투혼을 보여주며 팀을 4년 연속 통합 4연패(정규리그+한국시리즈 우승)로 이끌었다.
삼성 외에도 지난 2021년 KS에서 KT 위즈 박경수가 목발을 짚은 채 선수단의 분위기를 이끌었고, 2022년 KS에선 SSG랜더스의 한유섬이 목발을 짚고 눈물을 흘리며 우승 세리머니를 함께 했다.
이처럼 역대 KS에선 부상 투혼을 펼친 선수들이 팀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줬던 사례가 많았던 만큼 구자욱의 부상 투혼이 삼성 선수단에 전의를 불태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팀을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