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취재본부 임동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실시한 대국민담화와 일문일답식 무제한 기자회견은 2시간을 훌쩍 넘겨 140분간 진행됐으며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 25개를 소화해냈다. 10일 임기 절반을 넘기는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 국민들 앞에 선 윤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민들께 사과드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국민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견 장면 전부를 지켜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기자회견 직후 바로 논평을 내고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낸 유체이탈 담화”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수용을 재차 거부한 김건희 특별검사법에 대해 변함없이 밀어붙이기로 했지만 여론의 향방을 살피며 투쟁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오전 8시쯤 12분간 트럼프 당선자와 통화했고,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1월 새롭게 들어설 워싱턴의 새 행정부와 완벽한 한미 안보태세를 구축해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튼튼히 지킬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안보, 경제, 첨단 기술 협력을 더욱 고도화해 우리 청년과 기업이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더 넓히겠다"고 밝히면서 빠른 시간안에 만나 현안을 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도 박차를 가하겠다"며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인공지능 등 신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 육성하고 정책 지원을 더욱 강화하며, 원전 생태계의 완전한 복원도 계속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4+1 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면서 "의료, 연금, 노동, 교육 등 4대 개혁과 인구 위기 극복의 4+1 개혁은 민생과 직결된 과제이고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면서 "과잉 경쟁을 해소하고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어서, 인구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29일 국정브리핑(42분) 때와 5월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22분) 때를 비교하면 담화 분량도 크게 줄었으며 대신 질의응답 비중을 크게 늘려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데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회견에서 '자화자찬' 논란이 있었던 만큼 윤 대통령은 담화 초반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회견 직전 대통령실은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통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가급적 소상히 설명할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정해진 멘트는 줄이고 최대한 많은 질문을 받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질문자(수)도 많았지만 윤 대통령도 작심한 듯 할 말은 다 해야겠다는 듯이 한 질문에 대해 자신의 심경까지 포함해서 답변을 이어갔다.

국정운영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19%(한국갤럽 기준)까지 떨어진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비교적 어두운 표정의 윤 대통령은 가능한 한 진심을 다해 국민들에게 설명하듯 읽어 내려갔고, 이는 종전에 했던 담화문 발표 시간들과 차이가 나는 15분 정도로 할애했다.

담화 초반에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옆으로 이동해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제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면서도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렸다. 사과드린다"고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지난 8월 회견에서 4대 개혁(의료·연금·노동·교육) 추진과 정부 성과에 대한 발언 비중이 커 '자화자찬' 논란이 있었던 것을 고려해 이날은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를 둘러싼 의혹 해소에 집중했다.

주제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답변하는 '끝장 회견'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전 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19~20개 정도의 질문을 받았으나 이번엔 개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최근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부 사안에 대해 국민께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명확히 부인했다.

명태균 씨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 경선 이후 연락을 끊었다"며 "명 씨와 부적절한 일이 없어 감출 것도 없다"고 밝혔다. 명 씨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명 씨로부터 당선된 이후 축하 전화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이후에는 소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초기 제가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지역에 가면 지역에 대한 이런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얘기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물론 그 얘기는 명 씨한테만 받은 것이 아니라 수백 명으로부터 전화나 문자로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인 시절 공천에 개입했다는 명태균 씨와의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누구에게 공천해 주라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고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조작할 이유도 없었다"며 "인생을 살면서 조작을 한다는 것은 해본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건희 여사가 명 씨와 자주 소통했다는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면은 그전하고는 소통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김 여사에게) 얘기해서 본인도 많이 줄인 것 같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김 여사 특검법’ 요구와 관련, 이를 ‘정치 선동’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특검을 하니 마는지를 국회가 결정해서 국회가 사실상 특검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면서 "그것은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배된다"고 했다.

또 "특검의 업무도 사법 업무인데, 이건 정치 선동"이라면서 "과거에 수백 명이 밑도 끝도 없이 조사받고 일부 기소되고 했다. 일사부재리는 통상 수사나 검찰 업무에 대해서도 적용되기에 특검한다는 자체가 다른 사람들의 인권도 유린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했던 4개 사항 중에 ‘대국민 사과’나 ‘김여사 활동 중단’ 등에 대해서는 일정 화답한 부분도 있지만 인적쇄신 부분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상황을 봐가면서 진행할 것임을 밝혔지만 연말을 기점으로 쇄신의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용산 대통령실의 분위기다.

다만,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사과를 했지만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밝혀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 않나. 제가 사과드리는 건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고, 과거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소통 프로토콜 제대로 안 지켜졌기 때문이고, 안 해도 될 이야기해서 생긴 일들이니까 그 부분에 대한 사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걱정 끼쳐드린 것은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문제 때문이며 이런 일 안 생기도록 조심하겠다는 말씀"이라고 했다.

이번 대국민담화 이후 여론이 추이가 어떻게 변할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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