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의료개혁, 의사 수만 늘리는게 아냐"
한동훈, "野 참여 기다리고 언제든지 환영"
대한의학회, "전공의 사직 따른 의료 공백 송구"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11일 오전 8시 국회에서 출범식을 겸한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첫 회의에는 정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다.
여당 측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김상훈 정책위의장, 이만희·김성원·한지아 의원이 참석했고, 의료계에선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과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 등 9명이 참여했다.
반면,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불참으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불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여야의정 협의체 첫 회의에서 "의료 개혁은 우리 의료의 체질과 패러다임을 바꾸는 종합대책이고 국민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질 높은 의료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향후 5년 내 국가재정 10조를 비롯해 총 30조 원이라는 전례 없는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며, 그간의 의료계의 요청을 반영해 불합리한 수가 구조를 개선하고 충분하고 공정한 보상 체계를 확립해 필수 의료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 지원 등 기능 중심으로 의료 공급체계를 혁신하고 권역 거점병원, 지역 종합병원 육성으로 지역에서도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료 개혁에는 의료 시스템을 가장 잘 알고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들의 의견이 절대로 필요하다"며 의료계의 참여를 당부했다.
한동훈 대표도 첫 회의에 참석해 "의료 사태가 촉발된 이후 처음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국민 앞에 마주 앉게 됐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늦었지만, 의미 있는 출발"이라며 "전공의와 의대생의 수련과 교육을 책임지는 대한의학회와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구심점이 돼 의료계의 요구 사항들을 모으고 소통하고 협의체를 통해서 풀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의 참여가 더 더해진다면 더 좋은 협의가 더 빨리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첫 회의에 더불어민주당이 불참한 것에 대해선 "여야의정 협의체를 당초 민주당이 가장 먼저 말을 꺼낼 만큼 선의가 있다고 믿는다"라며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민주당의 참여를 기다리고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유연한 접근과 발상의 전환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고 이미 그런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계 역시 국민의 건강만 생각하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회의에 참석한 대한의학회는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진료공백에 대해 사과 인사를 전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수련병원의 진료 공백으로 환자 여러분이 겪은 큰 불편과 불안을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깊이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하루빨리 이 상황이 해결돼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절박함 역시 협의체 참여의 중요한 이유"라며 "우리는 협의체 참여의 원칙으로 제시한 여러 현안이 진솔하고 건설적 대화 통해 조속히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정부와 여당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갈등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야당과 전공의 단체 없이 이날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이 빠진 상태의 협의체에 대해 국민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자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도 같은날 오전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에 출연해 "야당이 불참했다고 이야기하는데, 협의체를 처음 제안한 것도 민주당이고 현실적이고 의료계가 요구하는 폭넓은 조건을 정부나 여당 상대로 계속해서 만들어 온 것도 민주당"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당은 현재의 의료대란을 해소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협의체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들도 협의체 출범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무의미 하다’고 평가했고, 일반 전공의 역시 협의체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협의체 출범에 대해 “무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의가 불참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참여에 미온적인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여의정 협의체' 형태로 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