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명 서울취재본부장

20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부근으로 낯익은 사람들 하나씩 모여들었다. TV에서 자주 보던 얼굴들이다.

이날 조국혁신당은 12명의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해 '3년은너무길다특별위원회' 현장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했다.

쌀쌀한 겨울 초입의 날씨답게 을씨년스러운 광화문 한복판에서 이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탄핵 구호를 외치며 15개의 대통령 탄핵 사유들을 읽어 내려갔다.

조국혁신당 '3년은너무길다특별위' 이광철 총괄간사는 이번에 공개되는 탄핵소추안 초안에 대해 "오늘 공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115페이지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보다 30쪽 정도 더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면서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담으려고 했고 향후 특검이나 국민 제보 등으로 내용이 더 추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서 포괄적으로 탄핵 사유를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주된 내용으로 ▲공익실현의무 위배(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특혜, 명품백수수, 집무실 관저 신축비리)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 위배(거부권 남용, 채 상병 사망사건, 마약 수사 외압 직권 남용) ▲정치적 중립의무, 대의민주주의, 정당의 자유위배(당무개입, 명태균 국정농단 게이트) ▲법치주의 위배(입법권 침해 시행령 통치) ▲헌법 전문 등 위배(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 부정, 뉴라이트 인사 임명,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및 위안부 문제) ▲생명권 보장 조항 위배(후쿠시마 오염수, 이태원 참사) ▲언론의 자유침해 등이다.

이 같은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조국 대표의 목소리는 컸지만 지나가는 시민들의 호응은 크게 받지는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되레 조국대표의 입시비리 등을 소환해 역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조국당 의원 상당수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가 아니면 수사 와중에 있다는 점이다.

자녀입시 비리 혐의로 온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재판중에 있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전 정권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황운하 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밖에 박은정 의원, 차규근 의원, 신장식 의원의 얼굴도 보였다. 조국 대표는 조만간 대법원 판결만 남겨 놓은 상태지만 대법 판단에 따라 구속될 처지에 놓이게 될 공산이 크며, 황운하 의원 역시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재판부의 판단 여하에 따라 법정구속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박은정 의원은 지난 3월 '윤석열 감찰' 건과 관련해 직무상 의무 위반 및 품위손상을 이유로 검찰에서 해임된 이후 시비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조국당 비례대표 출마 시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최근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박 의원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는 대검 형사부장 시절 수사 지시한 '브이글로벌 코인 사기' 사건 관계자를 퇴임 후 변호한 사안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4월 국민의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특별위원회'가 이 변호사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도 고발한 사건도 남아 있다.

차규근 의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됐으나 무죄와 더불어 직위해제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 부분은 윤 정부가 정적 죽이기를 위해 억지 수사와 기소를 한 것아닌가 하는 정치보복 부분과 맞닿아 있다.

신장식 의원은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서초동 집회에 나와 "윤석열을 탄핵하라, 김건희를 구속하라"라며 열변을 토했던 장본인이다. 그는 음주운전, 무면허운전으로 벌금 600만 원 처분을 받은 바 있는데 다만 시기는 17년 전의 일이다.

윤석열 정권을 조기종식할 골든 타임이라 외치는 이들의 바람이 실제 이뤄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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