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장·검사 탄핵도...與 “입법 구테타” 반발
여야가 2일과 4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내년도 예산안과 '감사원장·검사 탄핵안'을 둘러싼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야당이 거대 의석을 무기로 예산 감액과 탄핵안을 밀어붙이는데 대해 여당은 '방탄 예산'과 '보복 탄핵'이라 맞서고 있어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에 여당은 야당의 감액 예산안 일방 처리에 반발해 표결 직전 퇴장했다.
예결위에서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예결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은 677조4천억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4조1천억원이 삭감됐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5천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9천100만원)와 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와 특활비(15억원), 경찰 특활비(31억6천만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4조8천억원 규모인 정부 예비비는 2조4천억원을 감액했고,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도 5천억원 감액했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한도에서 미리 책정하는 금액을 말한다.
정부안에서 505억원이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은 497억원이, 416억원이었던 용산공원조성 사업 예산은 229억원이, 70억원이었던 민관합작 선진 원자로 수출기반구축(R&D) 예산은 63억원이 감액됐다.
야당이 '김건희 여사 예산'이라고 지목한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 예산도 정부안 508억원에서 74억원이 삭감됐다.
민주당은 예결위에서 단독 처리한 예산안을 2일 국회 본회의에 올려 표결까지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이날 야당이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자 국민의힘 예결위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로지 민주당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분풀이식 삭감"이라며 "민생의 보루인 예산마저도 이재명 아래에 있다는 것을 민주당 스스로 증명한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상수 대변인은 1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력과 감사원의 감사 능력을 시원하게 날려 버리는 특활비 전액 삭감을 선택했다"며 "의료대란이 더 심해지도록 전공의 지원 예산은 1천억원 깎아줬다. 우크라이나 개발 원조는 반으로 줄여 러시아를 기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들이 필요한 예산은 과감히 포기하고 정부에 타격을 주고 러시아와 중국, 북한 레드팀을 기쁘게 해줄 길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김은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폭설 등으로 국민이 겪는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가 편성한 2025년도 재해대책 예비비를 민주당이 1조원이나 들어냈다"며 "AI,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어떤 위협에 노출될지 모를 국내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예비비 예산은 정부 원안의 절반인 2조4천억이 민주당에 의해 도려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생은 모르겠고, 나라 경제가 어떻게 거덜 나든 내 알 바 아니고, 민주당은 오로지 나라 끝장내기 일념 하나뿐인가"라며 "돈이 깎인다고 이재명 대표 죄가 깎입니까"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이번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감사원장·검사 탄핵 처리를 놓고도 대치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일 본회의에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지검장 등 검사 3인을 포함한 공직자 4명의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4일 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1년 8개월간 진행한 대통령실·관저 이전 불법 의혹 관련 감사 결과가 부실했던 것으로 의심되고 최 감사원장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회가 요구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것을 탄핵 사유로 들었다.
이창수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검사 3명에게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수사한 뒤 불기소 처분한 것을 문제로 삼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입법 구테타’라며 강력 비판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민주당의 행태는 정부를 멈추겠다는 사실상 '입법 쿠데타'나 다름없다"며 "절대 다수당의 권한을 남용해 검사 탄핵, 감사원장 탄핵, 특검을 남발하고 결국 정부 필수 예산을 삭감해 나라를 뒤엎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6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본회의 의사일정을 협의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감사원장 탄핵은 거론된 바조차 없다"며 "오는 12월 2일 (본회의) 일정에 이를 기정사실로 하는 민주당의 유아독존식의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연주 대변인은 논평에서 "헌법상 직무 독립성이 명시되어 있는 기관의 장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더구나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했다. 이제 와 탄핵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목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 간부와 감사원장 탄핵이 정치 보복의 일환이라는 것을 모든 국민이 안다"며 "민주당은 '공무원 중립' 운운하기 전에, 무모한 탄핵 시도부터 멈추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처리 방침에 대해 '보복 탄핵'이라며 표결 전까지 여론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야당이 원하는 감사·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 '탄핵 카드'로 공직자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