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속담이 무색하게도 국민들이 받은 쇼크는 가히 메가톤급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었지만 판단은 명쾌했다.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게 국민들의 빠른 판단이었다. 이러한 판단은 곧바로 '공분(公憤)'으로 연결됐다.
국민들은 남을 수사하고 처벌하면서도 자신들은 법 위에 군림해왔던 검찰 대통령을 선출했던 데 대해 이번에야 말로 상당한 실망감을 느꼈다.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서 야당과 야권 국민들을 '무찔러야 할 대상'으로 규명한 것 또한 경악할 일이다.
대통령은 가정에서 '아버지'의 위치라고 볼 때, 아비가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자식을 가혹하게 내치는 것도 모자라 무찔러야 할 대상으로 본다면 분명 정상이 아닐 것이다.
이번 계엄선포는 또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50년 전으로 후퇴시킨 시대착오적 행태라는 지적이다.
박정희 3공화국과 전두환 5공화국 시절처럼 총칼로서 민심을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다면, 모든 일은 법에 따라 소통과 순리로 풀어나가야 하고, 다수결이라는 엄중한 원칙을 반드시 고수해야만 한다.
급조된 듯한 계엄사령부 포고령도 이번 계엄선포가 얼마나 불법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포고문 전문에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것은 과거 독재정권이 주구장창 노래 불렀던 '색깔론'의 후렴구 같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라는 제1포고는 위헌적 계엄선포였음을 자인하고 있다.
헌법 77조는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행정부와 법원의 기능에 대해 제한을 할 수 있을 뿐 국회에 대해서는 계엄선포 즉시 통고하고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계엄선포가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시작됐다면, 이는 곧 헌법기관을 무력화시킨 '국헌문란 행위'로서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석열 정부는 법적인 책임은 차치하고 오로지 국민 앞에 석고대죄(席藁待罪)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