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상대 첫 손배소 제기...재판 결과에 귀추 주목

▲ 10일 오후 대구지법 앞에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 사건 피해자인 전봉수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공무원 복지부동에 24년간 가족과 생이별
- 전봉수씨 국가상대 18억여원 손배소 제기

대구시립희망원 강제 수용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수용인 중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라 귀추가 주목된다.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 수용됐던 전봉수(60)씨는 10일 소송대리인을 통해 대구지법에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전씨는 부산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사례에 근거해 정신적 손해배상 위자료로 1년에 8000만원씩 계산해 총 18억8800만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지난 9월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적장애가 있는 전씨는 1998년 11월 17일 천안역에서 놀던 중 납치돼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로 수용돼 23년 6개월을 가족과 생이별을 당했다.

대구장애인차별연대는 이날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는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 사건 피해를 구제하고 피해자가 존엄한 삶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차별연대는 또 "강제 수용과 인권 침해 사건을 공식으로 사과하라"며 "아울러 시설수용 인권침해 재발 방지를 위한 포괄적인 탈시설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전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또렷이 증언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그는 34살이던 지난 1998년 11월 누나와 함께 충남 천안역에 놀러 갔다가 ‘국밥을 사주겠다’는 말에 누군가(스님)를 따라간 뒤 납치됐다. 창문에 쇠창살이 설치된 봉고차에 태워져 정신을 잃었는데, 눈 떠보니 대구시립희망원이었다. 그는 가족의 이름과 사는 동네를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도, 입소 당시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고 했다.

전씨 가족들은 충남 근처의 사회복지시설을 수소문하며 그를 찾아다녔다. 이어 가족들은 충남 천안에서 전씨를 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2017년 전씨는 대구시립희망원에서 도망쳐 충남 천안에 있는 친형의 집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해 다시 시설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그가 대구시립희망원에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씨가 가족을 찾은 것은 2022년,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주택에 입주하면서다. 그해 11월 전씨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침해 사건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에서 고향 마을, 부모와 형제의 이름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을 본 장애인지역공동체 담당자가 전씨와 함께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제적등본을 뗀 뒤 경찰에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민원을 신청했다. 전씨의 가족의 실종 신고를 확인한 경찰은 신고 하루 만에 전씨의 가족을 찾았다. 가족들과 생이별한 지 24년 만이었다.

전씨의 대구시립희망원 신상기록카드를 보면, 입소를 의뢰한 곳은 ‘대구시장’이라고 적혀있다.

소송대리인인 강수영 법무법인 맑은뜻 대표 변호사는 "전씨는 자신의 이름도 가족도 생일도 집 주소도 모두 외우고 있다"라며 "부랑인이 아닌데, 입소시키면 안 되는 사람을 대구시장 명의로 입소 의뢰했으며, 설사 착오였더라도 이후 이를 정정하지 않아 국가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