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규 칼럼니스트

산사(山寺)에서 흘러가는 구름을 올려다 보며 “지록위마”(指鹿爲馬)란 말이 생각이 났다. 사슴(鹿)을 보고 말(馬)이라 한다. 판단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로 따지며, 끼리끼리는 그 위력(威力)에 사슴과 말로 갈라진다. 진실은 사슴인데 상황에 따라서 말로 변화하는 세상이다. 보수와 진보의 정치판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음을 본다. 사슴이 말이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모양이다.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의 사고와 품격이 높아진 선진 국민들 인데도 권모술수와 권력 앞에서 여전히 비굴하다. 사슴을 말이라 하는 자들이 아직도 정치판을 보니 지천에 깔려있다.

비상계엄 여파로 야당은 대통령 탄핵에 목숨을 걸고 혼돈(混沌) 속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야당 의원들은 중구난방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리고자 부하뇌동 하는 자들이 많다. 공든 탑이 더욱 더 기울어져가는 어려움과 혼란을 야기하는 원인이 여기서 나온다. 이런 때 일수록 검증되지 않는 내용을 언론과 혼연일체가 되어 보도하는 한탕주의를 해서는 안 된다.

모두 진정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하늘의 지혜를 달라고 빌자! 의원이 수사관이 되어 장군들을 질책하는 모습에 우리 군대의 사기가 걱정이다. 장군들의 눈물이 온 국민들 앞에 보여지고, 이런 정치군인들! 무식한 빈 껍데기 지휘관들을 보면서 울분이 터진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나의 상관이 한스럽다. 특수부대 장군들이 야당 군출신 의원들 앞에서 정치군인들이 되어버렸다. 이런 지휘관들로 나라의 안보를 지켜낸다? 실로 걱정이 되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을까? 약 2년 반 전 우리는 지금의 거대 야당 민주당 정권의 검찰총장 출신의 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하였다. 그리고 함께 출마했던 지금의 야권 대표는 0.74%의 패배를 의아스럽게 인정하였던 그 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거대 야당의 대표로 귀환하여 대통령의 정적이 되었다. 오늘날 비상계엄까지 오게 된 두 사람간의 견원지간(犬猿之間)의 정치가 시작된 것은 우리 정치사의 가장 큰 비극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역사가 훗날 잘 판단 할 것이다.

황당한 대통령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냉철하게 오늘의 정치사의 결과에 따른 원인을 분석하고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하고, 이것을 우리의 정치 번영에 투영하여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작은 철학 하나가 필요해서 이다. 이제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가 와버렸고, 시급히 인간의 촘촘한 지혜라도 모아 공든탑을 보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에 울분이 터져서 마음이 너무도 무겁다. “몹쓸 사람들”이란 말이 불쑥 튀어나온다. 우리는 아무리 힘센 놈이 와서 물어도 사슴을 말이라 해선 안 된다. 왜냐면 이것이 사슴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무너진 탑(나라)의 깊은 원인은 인간의 못된 심성 때문이다. 바로 넘지 못할 거대한 욕심이 커져서 죄가 되고 그 죄가 부풀어 공든탑이 터져 버린 것이다. 허나 대한민국 국민 팔이 국회의원들은 나라의 존망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자기 당 대권욕심에 기인한 공든 탑이 무너질까 봐 권모(權謀)와 술수(術數)만이 난무하고. 이는 그 내면 깊숙히 자리한 거대한 자당(自黨)의 대권 때문이다.

정치(政治)가 대권(大權)을 잡은 것이 목적이던가? 권세란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바른 정치를 하란 말이다. 바른 정치란 정직(正直)이 바탕이 된 인성과 품성을 가진 자로부터 시작이 된다고 했다. 해서 정직한 지도자는 하늘이 선택한다고 했다. 자기의 아집과 독선으로 권좌를 잡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그 끝이 정직하게 내려온 사람이 있던가? 모두가 미련스럽고 비통하게 내려왔다. 이 나라를 비참한 망국으로 몰아넣은 책임이 어디에 있던가? 바로 대권을 잡겠다는 그 과욕(過慾)에 기인한바 아니었던가? 그 대권을 위해서는 정적을 죽여야만 했고, 그래서 약점인 김건희만 물고 늘어져라! 참으로 치졸한 정치게임을 하고 있었음은 바른 정신을 가진 국민들은 다 알고 있음이다.

그 내면 깊숙하게는 한번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민주당의 졸부정치에 있음을 나는 부인할 수가 없다. 나라를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한다고? 무식하다고 무지하다고 했던 대통령을 한번이라도 대접해본 적이 있던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정부를 만들어 버렷고, 영부인의 삶을 두드려 패대는 다수당의 옹졸함이 결국 모두가 사슴을 말이라 믿어버린 원인이 아니라고 부인하지 말라! “오~즉 했으면” 이란 말도 들리는 것을 민주당은 들어야 한다. 많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정치를 잘 할 수 있도록 서로 보완해야 하는 다수당이 몽니만 부리는 그런 정치에 책임이 대통령에게만 있을까? 정치란 상대성이 있는 것 해서 협치(協治)란 말이 있는 것이다. 무너진 정치판의 깊은 내면에는 이런 원인이 잠재했음을 말이다. 인간의 품성도 한계가 있다. 현명한 우리 국민들은 이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결단코 있어서는 안 되는 오판을 한 윤대통령의 비상계엄령 발동은 씻을 수 없는 불행의 역사를 써버렸다. 나라는 10년 뒤로 후퇴 할 것이다. 경제 사회 문화는 잠시 힘을 잃을 것이며, 우리의 정신과 삶은 춥고 힘든 겨울이 올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세계가 우리의 노력에 박수를 쳤고 문화에 매료되어 부러워했음은 거품이 되어버렸다. 허나 저력의 민족 나라도 잃어본 민족이다. 다시금 정부와 여, 야가 시급히 정치를 복원하고 보수하여 대한민국의 국력을 회복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국민을 생각한다면 유력한 여야 대권주자들은 못난 정치로 힘들어하는 민초들에게 석고대죄(席藁待罪)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잘못이 없다? 천만에 말씀이다. 그 대상이 국민이라면 말이다. 지금 피 눈물 흐르는 민초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 오직 그대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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