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모두 불안한데…美 연준 금리 인하 지연에 달러까지 강세

▲ 지난 27일 서울 명동 환전소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한때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제공
-"트럼프 시대 외교 공백, 신인도에 타격…조만간 1500원 돌파 가능성"

탄핵정국이 계속되면서 '코리아디스카운트' 영향으로 이달 들어 원화가치가 5% 넘게 떨어져 환율이 1500원 선에 육박,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20원 넘게 치솟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섰으며 한때 1486.7원까지 올라 고점을 찍었고 1470.5원(야간 거래 마감 기준)에 장을 마쳤다고 29일 밝혔다.

환율이 1480원대 후반까지 오른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6일, 1488.0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6일 환율은 미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400원대를 넘어섰으며 계엄 선언이 있던 지난 3일 1440원, 지난 19일은 1450원, 지난 26일에는 1470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당선인이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 공약을 실행해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 강달러 상황을 더욱 부추겼다.

또한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우리 경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마저 3분기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성장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대미(對美)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해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이달 환율을 끌어올린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 비상계엄 선포와 계속되는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 불안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환율은 지난 19일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 전망치를 상향하자 1450원대로 올랐고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 후 1480원대로 급등했다.

외환 당국이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규모를 확대하는 등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환율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 주식자금은 약 3조원, 채권자금은 2조2000억원 유출된 것으로 발표했다.

따라서 계엄 사태 영향이라기보다는 기존 유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으면서 펀더멘털과 투자자 신뢰가 악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거시경제 불안, 트럼프 무역정책에 대응할 리더십 부재, 투자자의 원화 자산 회피 등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며 "정치 불안정이 장기화하고 가계, 기업의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 능력과 외화유동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내년 원달러 환율의 뉴노멀은 1500원이 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의 신인도 타격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을 가속해 환율이 단기적으로 1500원대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으며 정치적 상황이 안정되면 지금보다는 환율이 내려갈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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