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9시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81명을 태우고 착륙하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활주로 외벽과 충돌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구조된 생존자는 겨우 2명뿐이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고, 잔해가 널브러진 모습은 사고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말해준다.
연말 탄핵정국으로 가뜩이나 침울한 국민들을 더욱 충격 속으로 몰아넣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57분께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활동(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이어 1분 후인 8시58분께 사고기 기장이 구조를 요청하는 신호인 '메이데이'를 보냈다.
오전 9시께 사고기는 당초 착륙해야 하는 방향의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후 3분 후인 9시3분께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이 활주로에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짧은 무안공항 활주로 탓에 충돌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국토부는 이전에도 유사한 크기의 항공기가 계속 운행해왔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발표된 바에 따르면, 조류 충돌로 엔진에 이상이 생긴 후 랜딩 기어(착륙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동체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충돌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 대규모 인명 피해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랜딩 기어는 수동으로 작동 가능한데 작동하지 않는 이유와, 비상착륙 이후에도 왜 비행기 속도가 줄지 않았는지 등 항공기 정비 부실이나 조종사 과실 여부를 세밀히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는 국내공항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앞서 1993년 착륙을 위해 목포공항에 접근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전남 해남의 야산에 충돌, 66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어수선한 연말 정국 분위기 속에서 발생한 사고라 우리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날 무안 항공기 참사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형 참사를 수습해야 할 정부 조직은 탄핵정국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재난을 책임지고 수습해야할 컨트롤타워도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정치권도 당분간 정쟁 중단을 선언하고 사고 수습에 힘을 보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