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활주로 끝 설치된 로컬라이저 
부서지는 재질 아닌‘콘크리트’
무안 제주공항 참사 원인 지목
여수·광주공항도 설치돼 있어
국토부, 전국 공항 실사 나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활주로 끝단의 '콘크리트 둔덕'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포항경주공항에도 이같은 설치물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본지 12월 31일자 1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포항경주공항을 비롯해 여수공항과 광주공항에도 무안공항과 비슷한 형태의 콘크리트 둔덕형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컬라이저는 비행기 이착륙 시 활주로 진입을 돕는 안테나같은 역할을 하는 방위각 시설인 착륙유도장치(로컬라이저)다. 통상 로컬라이저는 지면과 같은 높이로 활주로 끝에 설치되며, 비행기와 충돌했을 때 쉽게 파손되는 소재로 만든다.

지난달 29일 참사가 난 무안공항의 경우 활주로 종단에 2m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흙더미가 덮여있는 방식의 둔덕에 로컬라이즈가 설치돼 있는데, 사고기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충격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포항경주공항 역시 콘크리트와 성토를 2m 높이로 쌓아놓은 구조물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다.

이 공항에서는 지난 1999년 3월 항공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 구조물과 충돌한 뒤 공항 외곽 언덕에 정지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항공기는 활주로 끝에서 150m 떨어진 곳의 방위각 지시기가 있는 언덕을 지나면서 바퀴가 빠졌다. 동체가 파손됐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국내 공항에서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로컬라이저를 설치한 곳은 김해공행, 제주공항 등이 있다. 김해국제공항은 2m 높이의 금속 재질로 된 구조물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했다. 항공기와 충돌하더라도 쉽게 부서지도록 만들었다. 제주국제공항도 철제로 된 H빔 위에 로컬라이저를 만들었다.

항공 전문가들은 “무안공항뿐 아니라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는 다른 공항들도 언제든지 참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로컬라이저 밑 콘크리트 구조물은 항공기와 충돌할 때 부러지거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재질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부터 오는 8일까지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무안 제주항공 참사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를 포함한 항행안전시설에 대해 현지 실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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