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발명의 세계란 바로 그런 것이다. 주전자 뚜껑에 작은 구멍을 하나 뚫었을 뿐인데 발명가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준 사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 같은 사례는 남성 속옷의 소변구와 신발의 통풍구 등 생활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는 각설탕 포장에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구멍을 뚫어 부와 명예를 거머쥔 것이다. 발명가는 젊은 선원이다. 불과 1백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각설탕 보관기술이 발명되지 않아 각설탕을 보관하고 수출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각설탕 생산업자와 수출업체는 큰 걱정거리였다. 긴 항해를 하는 동안 모두 녹아 형체도 없이 사라지거나 모양이 변형되어 상품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원인은 습도 높은 바닷바람 때문이었다. 각설탕 보관 및 수출을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각설탕 생산업자와 수출업체는 급기야 각설탕 보관법을 현상 모집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상금을 계속 올려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이 되었는데도 응모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허름한 옷차림의 젊은 선원이 각설탕 생산업자와 수출업체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저는 선원입니다. 이 각설탕은 제가 1개월 이상 항해하면서 몸에 지니고 다녔던 것인데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각설탕 생산업자와 수출업체 임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젊은 선원의 각설탕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마치 지금 막 포장을 끝낸 각설탕처럼 멀쩡했다.
“우린 정확한 증거자료가 필요합니다. 설마 이걸 그대로 믿으라는 말은 아니겠지요? 미안하지만 현상금은 확인 후 드려도 되겠는지요?”,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이 각설탕 포장은 겉보기에는 다른 포장과 같아 보이지만 저의 발명품입니다. 이 각설탕을 두고 갈 테니 실험 삼아 출항하실 때 몸에 지니고 다녀와 보세요. 제 발명내용은 제가 출항하여 1개월 후 돌아와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젊은 선원은 자신의 각설탕 몇 개를 남겨두고 출항할 시간이라며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1개월 후 각설탕 생산업자와 수출업체 임원들은 젊은 선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젊은 선원이 놓고 간 각설탕을 1개월의 항해 동안 실험해 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다른 각설탕은 습도 높은 바닷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녹아 형체도 없이 사라지거나 모양이 변형되어 버렸으나 젊은 선원의 각설탕은 처음 그대로였다. 각설탕 생산업자와 수출업체 임원들은 젊은 선원이 오기 전에 각설탕 포장의 발명내용을 알아내려 했으나 허사였다. 아무리 살펴봐도 자신들의 포장과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기다리던 젊은 선원이 각설탕 생산업자와 수출업체 사무실로 찾아왔다.
“당신의 각설탕은 1개월의 항해에도 멀쩡했습니다. 발명내용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약속한 현상금을 드리겠습니다.”각설탕 생산업자와 수출업체 임원이 현상금을 내밀자 젊은 선원은 빙그레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별 것 아닙니다. 저는 각설탕 포장지에 두어 개의 아주 작은 구멍을 뚫었을 뿐입니다.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배의 아래쪽 창고에는 작은 창문이 있죠. 이 창문으로 통풍이 되어 습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물건들이 멀쩡한 거지요. 저도 각설탕 포장에 그런 창문을 만든 것입니다.”
젊은 선원의 발명 내용설명이 끝나자 각설탕 생산업자와 수출업체 임원들은 감탄했다. 혹시 처음 발명을 시작하면서 거창한 발명을 계획했다면 잠시 작은 구멍도 세계적인 발명이었음도 떠올리며 도전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