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끝 안전구역 45m 불과
국토부, 이탈방지시스템 도입
공항 인근 철새 서식지 위치
조류충돌 저감방안 마련 시급

지난달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를 계기로 지방 소규모 신공항의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존 공항의 운영이나 신규로 건설되는 공항의 경우 안전문제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경북에는 기존 포항경주공항이 운영 중이며, 울릉공항이 2028년 개항 예정으로 건설 중에 있다.
포항경주공항은 지난달 참사를 빚은 무안공항처럼 콘크리트와 성토를 2m 높이로 쌓아 놓은 구조물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본지 1월 3일자 1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11월 건설을 시작한 울릉공항은 지난해 말 현재 공정률이 58.27%이다. 개항 시기는 2028년으로 당초보다 2년 정도 미뤄졌다. 현재 바다 기슭이나 둑이 깎이거나 패지 않도록 보호하는 호안공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울릉공항이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처럼 철새 출몰지와 인접한 데다 활주로 길이도 짧아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된다.
울릉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45m에 불과해 항공기 이탈을 방지하고 속도를 강제로 줄이는 방식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바다를 매립해 안전구역을 확보하는 대신 이탈방지시스템(EMAS)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이 장치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하거나 초과해 달리는 상황에서 속도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활주로 끝에 추가 안전구역 확보가 어려운 공항에 설치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최소 90m 이상이 확보되지 않은 곳에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항공기 사고 20%가 활주로 이탈로 발생하지만 국내 공항 대부분은 활주로 끝 안전구역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 기준에 못 미친다. 또 이를 보완하기 위한 EMAS를 도입한 공항은 국내 15개 공항 중 단 한 곳도 없다.
울릉공항과 인접한 곳에 철새 서식지가 있다는 것도 문제다.
2020년 11월 진행된 울릉공항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 주요 내용에는 조류충돌 저감 방안과 보전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활주로 공사기간 동안 추가 관찰 조사해 괭이갈매기 등 바다새 서식 개체 수가 증가하면 저감방안을 마련하고, 울릉공항 운영 시 지속적으로 관찰, 예방대책을 수립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항공 전문가는 “지역 숙원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지방공항이 우후죽순으로 건설되고 있어 안전문제가 우려된다”며 “이번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속도전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공항 건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