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현재까지 10여명이 숨지고 주민 수십만 명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으며, 서울시 면적의 4분의 1이 넘는 면적이 불에 타는 등 사상 최악의 인적ˑ물적 피해를 낳으며 엿새째 확산 중이다.
로스엔젤레스 산불은 전(前)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자택도 삼켰다. 박찬호는 거주하고 있던 미국 서부 베버리힐스 저택이 모두 전소돼 인근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고 하니 LA를 삼킨 화마가 남의 일로 다가오지 않는다.
‘코안안 특급’ 박찬호뿐만 아니라 앤서니 홉킨스, 존 굿맨, 마일스 텔러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집을 잃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가족이 사는 말리부 주택과 호텔 재벌 힐튼그룹의 상속자 패리스 힐튼 등의 자택도 불에 타는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LA 산불 만큼은 아니지만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새해 벽두부터 우후죽순으로 산불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새해 첫날 군위 삼국유사면 화북리에서 발생한 산불을 시작으로 올 들어 연일 산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현재 경북 동해안과 북동산지를 중심으로 지난달 13일 발령된 건조주의보가 1개월째 이어지면서 산불 발생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경북은 전체 면적의 약 70%가 산림으로 이뤄져 있으며, 여기에 더해 화재에 취약한 소나무가 산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한 번 산불이 발생하는 날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질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전국적으로 연평균 545.5건의 산불이 발생해 4천여㏊의 산림이 소실됐는데, 경북은 연평균 85.8건의 산불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많은 산림 2천여㏊이 불에 탔다.
특히 3년 전 국내 최장 시간 산불로 기록된 울진 산불의 경우 당시 바람에 날린 솔방울이 수백 미터 멀리까지 불씨를 옮겼고, 송진이 기름 역할을 하면서 축구장 2만 개 면적의 산림을 태우고 213시간 만에야 겨우 진화됐다. 산불로 인한 막대한 피해와 진화의 어려움을 새삼 일깨워 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산림은 우리에게 소중한 환경을 제공해 주지만 한편으로 산불 발생 시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코리안 특급도 못 피해간 산불에 대한 위험성을 다시 한번 깊이 인식하고 산불 예방과 초기 대응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